대전에 연고를 둔 프로야구 구단인 한화 이글스가 시즌 초반부터 줄곧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이로 인해 야구팬이 많아진 것은 물론 응원열기도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프로야구 각 구단의 연고 지역마다 특색있는 응원방식이 있지만, 응원문화는 역시 부산의 롯데 자이언츠가 주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올 1월까지 4년간 그곳에 살았던 필자는 작년에 사직야구장을 처음 찾았다. 관중석에 들어서자 응원단 치어리더의 요란한 율동이 현란하였다. 경기가 시작되자 선수 개인응원가가 울려 퍼졌고 중간 중간에 `부산갈매기`, `돌아와요 부산항에` 같은 부산을 대표하는 노래로 열기가 더해갔다. 휴식시간엔 전광판에 남녀커플이 비춰지고 `키스타임`이란 글자가 찍히자 관중함성은 최고조에 달했다. 7회쯤 되자 조명이 꺼지고 휴대폰에 야광모드로 켜 응원석은 순식간에 `반딧불 정국`이 됐다. 다시 입장할 때 받은 쓰레기 봉지를 풍선형태로 만들어 머리 위에 쓰는 기상천외한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일명 `봉다리쓰기`다. 경기가 끝나자 그 봉지에 주변의 쓰레기를 담아 나왔다. 깨끗한 야구장, 역시 롯데 자이언츠다운 응원문화였다.

지난 7월 러시아에서 월드컵축구경기가 열렸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16강에 오른 일본팀은 벨기에를 상대로 선전했지만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다음날 신문 1면에 `패자의 품격을 보여준 일본`이라며 큰 사진이 실렸다. 경기에는 졌지만 일본 관중과 선수들은 몸에 밴 깔끔한 매너로 응원석은 물론 라커룸까지 깨끗하게 청소하고 떠났기 때문이다. 그 사진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일본은 8강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더 많은 홍보 효과와 인기를 누렸다. 단지 자신이 사용했던 라커룸을 정리했을 뿐인데 반사이익은 엄청 컸다.

청소를 생각하니 군대생활 내무사열 할 때가 떠오른다. 내무반 바닥은 물로 씻어 내렸고 수건으로 빡빡 밀어 물기를 제거했다. 마지막엔 치약을 짜서 향을 내기도 했다. 문틈과 서랍장 관물대 안쪽 등 보이지 않는 곳 구석까지 닦아 내무검사에 임했다. 그 때 배운 청소법이 지금의 내 청소 기준이다. 청소가 직장생활을 하는데 기본이란 생각은 아직까지 변함없다. 철도공무원으로 지방에서 10년을 근무하고 본청으로 발령 받았을 때 첫 번째 했던 것도 청소였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나와 봉걸레로 바닥을 닦은 뒤 동료들 책상까지 깨끗이 정리하고 모든 캐비닛을 열어 서류뭉치를 책상에 올려놓으면 끝이 난다. 후임이 와서야 그 일을 벗어 날 수 있었다.

코레일테크가 이달부터 전국 철도역의 청소를 하게 됐다. 정부 공공부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침에 따라 그동안 민간회사가 했던 청소를 일괄로 맡게 된 것이다. 덕분에 이 일을 했던 직원들도 코레일테크의 정규직원이 됐다. 이를 위해 관련 조직을 개편하고 직원들을 새로 채용했다. 회사정관도 바꾸고 해당 사업을 등록하는 등의 준비도 해 왔다. 최근엔 해당직원을 교육시키고 관련 책을 사서 공부도 하고 있다. JR동일본철도의 자회사 텟세이는 역 청소로 `7분간의 기적`이란 칭호가 붙었다. 청소 직원에게 밝고 산뜻한 제복을 입히고 안내까지 토털서비스를 제공해 자부심을 갖도록 했다. 미국의 메이매이드는 개인주택 청소를 프랜차이즈 개념을 도입해 한 단계 높은 서비스로 크게 성공했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먹고 입고 자는 것 외에 필연적으로 해야만 하는 것이 청소다. 청소는 인간 생활의 기본 중에 기본이며 매일매일 꾸준히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사람 됨됨이를 파악할 수 있는 최고의 척도도, 회사가 제대로 잘 돌아가는 것을 보려면 청소상태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롯데 자이언츠 팬들의 응원이 더욱 빛나는 것은 경기가 끝난 뒤 그들이 보여주는 뒷 정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이 월드컵에서 8강에 탈락하고도 깔끔한 뒷처리로 품격있는 나라라는 칭찬을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 새로 시작하는 코레일테크가 우리나라 최고의 청소회사로 성장하길 희망한다. 코레일테크 직원들이 있어 기차역은 더 깔끔하고 말끔한 공간이 될 것이다. 반극동 코레일테크(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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