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불온도서 지정후 10년 부자 가난한 나라 관계 여전 경제 문제등 바꿀정책 절실

나쁜 사마리아인들
나쁜 사마리아인들
-장하준 지음·이순희 옮긴이·400쪽·1만 5000원

국방부가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포함한 23종의 도서를 불온도서로 지정한 지 올해로 만 10년이 됐다. 국방부는 반미, 반자본주의를 주장하는 반정부 도서라는 이유로 불온도서 지정을 했다. 그러나 책은 미국 정부가 취해 온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대하는 것일 뿐 미국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또 이 책은 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는 것일 뿐 사회주의 계획 경제를 지지하는 책은 아니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위험성을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소개한 대중 경제서였다. 당시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근사한 구호 아래 신자유주의가 금과옥조처럼 여겨지던 때였다. 책은 이런 조류에 역행해 신자유주의 담론을 정면에서 비판했다. 그리고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전에,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계속 유지된다면 대규모 경제 위기, 나아가 제2차 대공황을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2007년 8월 9일 프랑스 최대은행 BNP파리바은행은 서브프라임 부실로 인한 신용경색을 이유로 자사의 자산유동화증권 펀드에 대한 자산가치 평가 및 환매를 일시 중단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08년 9월 15일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 신청을 하며 대공황 이후 최대의 금융 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저자가 책을 통해 한 경고한 위기가 불과 1년여 만에 발생한 것이다. 이 재앙은 따지고 보면 1980년대부터 세계를 지배해 온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에 그 원인이 있었다. 정부 소유의 기업과 금융 기관들을 민영화하고, 금융 및 산업 부문에 대한 규제를 없애고, 국제 무역과 투자를 자유화하고, 소득세를 인하하고 복지 지출을 줄인 결과였다.

그렇다면 10년이 지난 오늘의 상황은 어떠한가. 장하준 교수는 특별판 서문에서 신자유주의는 아직도 세계를 지배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신자유주의의 희생자로서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단언한다. 다시 말해 세계 경제에서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관계는 10년 전과 유사하게 지속되고 있으며, 한국 사회에서 부자와 가난한 자의 관계 역시 더욱 악화되고 있다. 부자 나라들이 가난한 나라들에게 강요했던 일들이 한국 사회 내에서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촛불 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더욱 악화된 신자유주의 정책의 폐해를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최저 임금을 올리고, 노동 시간을 단축하고, 복지 지출도 늘리려 하고 있다. 중소기업, 벤처 기업 등을 지원하며 새로운 산업에 진출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 정책으로는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경제, 사회 문제들을 풀기에는 태부족이라고 장하준은 주장한다. 더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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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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