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탐사기]세종기지의 날씨이야기

2018-07-19기사 편집 2018-07-19 08:4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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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장마가 끝나가고 찜통의 날씨가 시작되고 있지만 남극은 춥고 바람이 센 본격적인 겨울날씨가 시작되고 있다. 세종기지는 남극 저기압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위도 62도이고 비교적 따뜻한 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기온은 높은 편이다. 여기서 따뜻하다는 의미는 다른 고위도 남극에 비해 수온이 높다는 의미이지, 겨울엔 세종기지 주변의 물도 영하로 내려가기 때문에 아주 차갑다. 기온은 비교적 따뜻하지만, 한국의 태풍 같은 저기압이 남극주변에서 끊임없이 생긴다. 지구는 서에서 동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세종기지의 서쪽에서 발생한 저기압은 지구의 회전방향을 따라서 끊임없이 세종기지를 거처 동쪽으로 빠져나간다. 세종기지는 거의 항시 이런 저기압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초속 7미터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고, 외부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기온보다는 바람의 강도가 더 중요하다. 세종기지에서 주변 기지로 가거나 해양 채집을 나가려면 조디악이라는 고무 보트로 이동해야 하는데, 안전을 위해 초속 10미터 이상 바람이 불면 보트운행을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풍속의 예측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세종기지의 기온은 풍향에 많이 좌우된다. 통상 기지의 서쪽과 북쪽에서 바람이 불면 기온이 올라가는데 이는 기지의 서쪽과 동쪽에는 바다가 있어 해양의 따뜻한 바람이 기지로 불어오기 때문이다. 반면에 기지의 동쪽에서 바람이 불면 기온이 내려는데, 이는 기지의 동쪽에는 빙하가 있어서 서늘한 공기가 기지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특히, 세종기지 앞의 마리안 소만의 동쪽 끝은 빙벽으로 되어 있어 동쪽에서 바람이 불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며 가끔 심한 눈보라와 한께 블리자드가 부는 경우가 있다. 블리자드는 보통 가을부터 시작되는데, 눈을 동반한 강한 바람으로 미국 기상청 기준 평균 풍속 14m/s 이상이고 150미터 앞도 제대로 볼 수 없는 눈폭풍을 말한다. 세종기지는 생활관동에서 연구동이나 기계동으로 가려면 30-50미터 걸어가야 하는데, 블리자드가 불 경우는 바로 앞도 분간하기 어렵고 바람이 세어 몸을 가누기 힘들기 때문에 이동시 특히 조심해야 한다. 블리자드는 한번 시작되면 4-5일간 지속되는 경우가 흔하다.

세종기지는 바람뿐 아니라 안개도 자주낀다. 저기압대라서 상승기류가 발달하고 해양보다 대기가 많이 차가워져 있기 때문에 안개가 자주 생기는 것 같다. 안개가 끼면 한치 앞도 분간하기 어렵다. 보트 운행할 때 안개가 끼면 GPS가 있긴 하지만 방향감각이 떨어지기 때문에 매우 유의해야 한다. 문제는 수시로 변하는 날씨 때문에 안개 예측이 어렵다는 점이다. 보트운행을 시작했는데 도중에 안개가 생겨 길을 헤매는 경우도 더러 있다. 남극은 백색의 사막으로 불릴 정도로 눈이 적게 오지만, 세종기지는 남극반도의 지리적 위치 때문에 다른 남극지역에 비해 눈이 많이 온다. 섬에 위치해 있고 저기압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눈구름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블리자드가 며칠간 지나가고 나면 2층 건물 꼭대기까지 눈이 쌓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눈이 그치면 제설작업을 해야 하는데, 중장비 접근이 가능한 곳은 중장비로 하고 중장비 접근이 어려운 곳은 대원들이 모두 모여 공동으로 제설작업을 한다. 우리 차대는 다른 해보다 눈이 유독 많이 와서 제설작업은 원 없이 했던 것 같다. 자연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순응하며 살 수 밖에 없다.

세종기지의 어려운 기상 여건 속에서 무사히 월동을 해준 대원들께 다시한번 깊이 감사할 따름이다. -김성중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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