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적인 분위기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충청의 시·도지사들은 모두 여당 소속으로 문재인 정부와 `원팀`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취임하자마자 내년도 국비 확보에 총력전을 펴는 등 적극적인 마인드로 의욕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여러 현안의 각론에 들어가 보면 정상 추진까지는 가야 할 길이 너무 멀다. 장기 표류 사업들은 한결 같이 사업성이 저조하거나 장기간 국비 미확보 등의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다.
당장 어린이재활병원은 유치를 놓고 경남도와 2파전을 벌이고 있다. 경남도정을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인 김경수 지사가 이끄는 상황으로 볼 때 허태정 시장의 정치력이 절실하다. 트램의 경우 한국개발연구원의 타당성 재조사를 어떤 논리로 뛰어넘느냐가 관건이다. KTX 세종역 설치는 충북도 등의 반대가 큰 걸림돌이고, 안면도 개발은 투자를 꺼리는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내느냐가 중요하다.
현안과 더불어 핵심 공약을 이행해야 할 광역단체장들로서는 사업 추진의 우선 순위와 완급을 조절하는 전략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공모 사업이나 타당성 조사 같은 벽은 정교한 논리로, 지역 간 이해가 충돌하는 사안은 협력하고 화합하는 자세로 돌파구를 찾기 바란다. 민자 유치는 규제 완화 등의 당근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 의욕은 좋지만 조급증은 경계할 일이다. 임기 4년은 짧지 않다. 긴 호흡으로 여야와 당파를 초월해 협치에 나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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