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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포럼]닮은꼴 웨스팅하우스와 GE

2018-07-09기사 편집 2018-07-09 15:3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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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김인구 KINS 부원장 사진
지금 세계는 전기자동차, 차세대 이동통신(5G)과 디스플레이, 사물인터넷(IoT), 스마트 공장 등 주요 미래 산업 분야마다 자사의 기술을 표준으로 만들기 위한 표준전쟁(format war) 각축이 치열하다. 기술 표준을 선점한 기업이 시장을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 표준전쟁에서 패할 경우 기술 종속국으로 전락해 막대한 로열티 부담이 발생하게 되므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정부들의 로비전도 이에 못지않다고 한다.

표준전쟁의 대표적인 예는 1970년대 비디오테이프다. 당시 화면의 선명도나 용량 등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소니의 베타방식이 우세하다는 평가가 대세였으나 마쓰시다의 VHS방식에 밀려 시장에서 사라졌다. 이 전쟁은 소니가 원천기술을 꼭꼭 싸매는 미공개 전략을 썼고, 마쓰시다는 타 사 가전제품과의 호환성을 확장하기 위해 기술을 공개하는 전략의 차이에서 결판이 났다고 한다.

기술표준을 둘러싼 한 판의 역사적 승부는 19세기 말 미국에서 당시 3대 발명가로 통했던 토머스 에디슨, 니콜라 테슬라, 조지 웨스팅하우스이 전기산업의 패권을 놓고 벌였던 소위 '전류전쟁'이었다. 에디슨은 직류방식을, 테슬라는 교류방식의 특허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에디슨이 독점하고 있던 백열등 사업에 조지 웨스팅하우스가 WHE(웨스팅하우스일렉트릭)를 설립하며 경쟁자로 나서면서 이들 셋은 얽히고 설킨 사이가 됐다. 에디슨은 직류, 웨스팅하우스는 교류로 대립하다가 WHE가 테슬라의 전력손실이 적은 교류발전특허를 매수함으로써 표준경쟁은 교류의 승리로 끝나게 되었다.

창업자인 웨스팅하우스는 열차의 공기브레이크를 비롯해 100여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한 사업가로서 전기발전부터 가전, 레이더·미사일 발사장치 등을 아우르는 종합제조업체를 창업했던 사람이다. 이후 웨스팅하우스는 19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 본사 옥상에 텐트를 설치해 본격적인 방송국 시대를 개막하고, 세계 최초로 상업용 원자로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미국에서 1978년 이후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중단됐고, 새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다양한 분야의 기업의 M&A를 시도했지만 결국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1999년 원전 부문을 영국 핵연료업체 BNFL에 매각했다. 2006년 웨스팅하우스는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당시 웨스팅하우스는 미국에서 가동 중이던 원전 가운데 가장 많은 49기를 건설했고 전 세계 440여 개 원전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00여 곳에 원천 기술을 제공한 기업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지어진 고리 원전 1-4호기를 비롯해 울진, 영광 등 한국표준형 원자력발전소의 원천기술도 웨스팅하우스가 가지고 있었다. 일본의 도시바는 시장가격의 3배를 입찰해서 제너럴일렉트릭, 두산중공업 등을 제치고 인수에 성공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시 도시바 건설 후쿠시마 원전 2기의 방사능 유출 사고, 2015년 회계부정스캔들 등의 여파로 경영난에 처한 도시바는 웨스팅하우스를 올 초 캐나다의 사모펀드인 브룩필드 비즈니스 파트너스에 매각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같이 전기기술의 표준과 산업화를 이끌며 지난 세기 미국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대표기업이었던 웨스팅하우스일렉트릭 기사가 오랜만에 나왔다. 지난달 30일 중국 저장성에 건설 중인 AP1000 싼먼 1호기를 전력망에 연결시키는 작업을 개시했다는 소식이다. AP1000은 웨스팅하우스에서 개발한 것으로 우리나라의 신고리 3호기에 적용했으며, 우리나라가 UAE에 수출한 차세대 한국형 원전 APR1400의 기초가 된 모델이기도 하다. AP1000과 APR1400은 둘 다 제3세대 원자로로써 중대사고 등 사고의 발생 확률을 줄이는 등 안전성을 강화시킨 원자로다.

콜럼버스의 미 대륙 발견 400주년을 기념하는 1893년 시카고 만국 박람회에서 25만개의 전구를 켰고, 세계 최초의 상업적 수력발전소인 나이아가라 발전소 사업까지 수주하며 교류전력체계를 전력공급방식의 표준을 마련했던 웨스팅하우스의 영욕의 세월이 한편의 드라마다. 더 아이러닉한 것은 웨스팅하우스와 전력공급방식을 놓고 다퉜던 에디슨전기회사가 모태가 된 제너럴일렉트릭(GE)이 111년 동안 지켜왔던 다우지수 30대 구성종목에서 지난달 제외됐다는 것이다. 동시대에 탄생해 불과 십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혁신의 아이콘이자 교과서로 불릴 정도로 미국의 최우량기업의 상징이었던 GE와, 지난 세기 미국 기술의 파워와 자존심을 대변했던 웨스팅하우스의 현재가 무상하기만 하다. 김인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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