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위장은 "장안의 봄을 누가 독점할 수 있으랴. 장안의 춘색은 본래 주인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나라의 개방성을 잘 드러내는 말이다.

당의 수도 장안은 10세기까지 세계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였다. 당시 인구 100만이 넘는 도시는 장안 밖에 없었다. 기원 전 로마처럼 `모든 길이 통하던` 국제도시였다.

장안의 술집에선 중국의 명주에서부터 서역의 술까지 맛볼 수 있었고 푸른 눈의 미희와 종업원들이 손님들을 맞았다. 신라나 발해에서 온 유학생, 낙타에서 내린 실크로드 상인, 외국인 특채 시험인 빈공과를 보러온 중동인들로 북적댔다.

당나라의 개방성은 전 세계 상인들을 불러모았고 물질적 풍요는 넘쳐 흘러 심오한 사상들과 다양한 종교, 풍성한 문화를 꽃피우는 젖줄이 됐다.

우리나라도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개방성이 세계 무역 10위권 국가로 성장하는 힘이 됐다. 서울은 스마트하고 활기차기로 유명한 도시다. 최근 미국의 시장조사연구기관인 ABI리서치가 도시의 혼잡도, 대기질, GDP, 범죄발생률, 생활비 등을 기준으로 조사한 `스마트 도시 경쟁력 평가`에서 서울은 상위 10개 도시 중 7위로 뽑혔다.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QS의 `대학생에게 좋은 도시 순위`에는 24시간 시장과 카페가 문을 열고 새벽 3시에도 오후 5시처럼 활기가 넘쳐 지루할 틈이 없는 곳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세계로부터 주목을 받게 된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약 8000km 떨어진 예멘의 난민들이 오게 된 것도 한국의 국제성 때문이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일 58만 명을 넘어섰고 지난 주말엔 서울 광화문과 제주도에서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인도적 차원에서 전쟁의 위협을 피해 온 이들을 돕는 게 인지상정이다.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으로 볼 때도 포용성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얼마나 준비가 됐느냐가 문제다. 이번과 같은 규모와 성격의 난민 신청 사태는 유례가 없다. 보다 일찍 난민 문제를 맞닥뜨린 나라들에 비해선 국경심사 시스템 등 제도가 아무래도 미흡할 수 밖에 없다. 문화와 종교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갈등도 예상해야 한다. 난민 지위를 경제적 목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사실도 감안해야 한다.

장안의 질서를 유지한 건 강력한 황제의 권위였을 터다. 민주국가에서 권위는 법치와 소통에서 나온다. `한국의 봄`을 독점할 필요는 없다. 개방성과 안정성이 함께 실린 정교한 제도 정비가 필요한 시기다.

이용민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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