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우민미술상 수상자 조습 개인전 - 광光

광光-05, 2017,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29x86cm
광光-05, 2017,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29x86cm
"나는 이성과 폭력, 논리와 비약, 비탄과 명랑, 상충되는 개념들을 충돌시키면서 현실의 이데올로기에 구멍을 내고 있다."

풍자와 해학을 통한 한국 사회의 모순된 현실을 유머러스하게 드러내는 제16회 우민미술상 수상작가 조습의 개인전 `광光`전시가 27일부터 8월 18일까지 우민아트센터 전관에서 열린다.

삶의 지속과 영구적인 마음의 축적으로 구체적인 현실의 형상성은 지워지지 않는 벽화처럼 남아서 `마음의 항상성`이 된 뒤 한 인간의 기억으로 구조화 된다. `마음의 형상성`(形像性)이 누구나 체험 가능한 구체적 진실로서 삶의 총체적 리얼리티라면, `마음의 항상성`(homeostasis, 恒常性)은 한 인간의 개체적 상실 또는 죽음과 상관없이 서로에게 전이된 `지속적 삶`의 형태라 할 수 있다. 어떤 대상이 사라진 뒤에도 그 대상을 둘러싼 수많은 대상들 속에서 `그`는 후경의 연속성을 이루며 살아남는 것이다. `그`의 실체를 엿볼 수 있는 곳이 조습의 사진 속이다. 후경의 시간은 직선도, 회귀를 반복하는 나선형도 아니다. 하나의 후경에는 몇 개의 직선과 곡선과 나선형이 몽타주처럼 펼쳐질 수밖에 없다. 고구려벽화에 보듯이 후경의 여러 장면들은 불일치하고 나날이 연속되지 않으며 사건들만 남아서 무질서의 파계를 이루기 때문이다.

조습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일어난 주요하거나 사소한 사건들을 사진과 영상 등의 매체로 비판적 작업을 이어왔다. 민중과 반민중 사이의 갈등, 근대와 전근대의 괴리를 가로지르는 작업을 통해 작가는 우리 시대의 욕망과 탐욕을 드러낸다. 최근 작업에서는 과장과 과잉으로 점철된 인간의 모습에 빗대어 이미 과거로 사라져버렸거나 현재를 살아가는 피지배 계급층으로서의 민중의 삶을 보여준다. 작가는 권력층으로부터 버림받은 인간과 그 버림받은 기억마저도 애써 묵인할 수밖에 없는 힘없는 `기억의 자살자`들의 모습에 비추어 현실에도 여전히 작동하는 계층 간의 갈등상황과 불평등에 대해 다시 보게 만든다.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광光` 연작은 `헬조선`이라는 인터넷 우스갯 용어를 가지고 우리 시대의 사회적 풍경을 상징적으로 재현한다. 작가는 가해자로 설정된 무능하고 나약한 왕과 탐욕에 눈이 먼 신하의 모습, 그리고 절대 권력의 피해자로서 민중들의 모습을 대치시킨다. 이처럼 작가는 사극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형식 속에 왕과 신하, 그리고 민중의 관계에 빗대어 현실의 `헬조선`도 피해자와 가해자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 부조리한 사회 그 자체임을 우회적으로 나타낸다.

충북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2002년에 설립된 `올해의 좋은 작가 미술상`은 지역의 명실상부한 대표적인 미술상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우민아트센터는 2016년부터 주관을 맡으며, 지역을 넘어 한국 현대미술의 발전에 기여하는 작가를 지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미술상의 명칭을 `우민미술상`으로 변경해 현대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미술상으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도모하고 있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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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光-04, 2017,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29x86cm
광光-04, 2017,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29x86cm
광光-03, 2017,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29x86cm
광光-03, 2017,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29x86cm
광光-02, 2017,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29x86cm
광光-02, 2017,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29x86cm
광光-01, 2017,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29x86cm (1)
광光-01, 2017,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29x86cm (1)

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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