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공원 조성이라는 미명 아래 주민들의 소중한 녹색 휴식공간이자 도심 허파인 일봉산을 허물고 대규모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을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민간사업자가 천안시 다가동과 용곡동, 쌍용동, 신방동 일원에 걸쳐 있는 일봉산에 장기미집행도시계획시설 일몰제에 따른 민간공원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대규모 아파트단지 신축을 추진하자 주민들이 반대를 표명하고 나섰다.

21일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이하 천안아산환경련)에 따르면 최근 2주간 일봉산 인근 아파트와 학교에서 `일봉산 지키기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서명에는 12개 아파트 단지와 용곡중 학생, 주민 등 3772명이 참여했다. 신방동 두레현대 2차의 한 주민은 "일봉산은 지금 그대로도 공원으로 충분하다"며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 일봉산 훼손은 물론 공사기간 소음과 분진 등 주민 환경피해도 불 보듯 훤해 서명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일봉산 민간공원 조성사업은 2016년 말 C개발사가 천안시에 사업구상 제안서를 접수하며 비롯됐다. 제안서에 따르면 개발사는 2020년까지 민자로 6700억 원을 투입해 천안시 용곡동 462-16번지 일원 25만 5158㎡ 면적의 일봉산 가운데 70%인 18만 6334㎡에 문화체육센터와 물놀이터 등 공원시설을 조성하고 30%인 6만 8824㎡에 최고 30여 층에 달하는 2개 단지 총 34개 동, 2753세대 아파트를 신축하겠다는 것이다. 관련 법률에 따라 민간사업자는 공원 전체를 매입해 70% 이상은 공원시설, 30% 미만은 비공원시설을 조성할 수 있다.

C개발사는 2017년 1월 일봉공원 민간공원 조성사업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데 이어 올해 천안시도시계획위원회와 도시공원회 심의를 밟고 있다. 도시계획위는 지난 1월 재심의, 도시공원위는 2월 소위원회에서 조건부 가결을 결정했다.

천안아산환경련은 천안시가 일봉산을 도시계획상 근린공원으로 지정하고도 재정 부담을 앞세워 수십 년간 공원내 민간부지 매입을 등한시해 일봉공원 민간공원 조성사업의 빌미를 제공했다며 주민서명을 모아 천안시에 제출하고 민간공원 조성사업 반대운동을 본격화 한다는 방침이다.

천안아산환경련 채진욱 정책부장은 "일봉공원 민간공원 반대 주민 진정서와 서명서를 25일 천안시청에 접수할 것"이라며 "일봉공원 뿐 아니라 민간공원 조성사업이 진행되는 천안의 다른 공원지역 주민들과도 협의체를 구성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안시 관계자는 "일봉산 민간공원 조성사업은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도시계획위의 보완 의견에 사업자가 관련 서류를 제출 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2020년 7월 장기미집행도시계획시설 일몰제가 시행되면 천안은 도시공원의 40%가 해제될 상황이다.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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