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지역 한 사립대에서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선배가 후배를 수차례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대학 측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사건을 덮으려 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 A대학에 따르면 B학과 학생회 소속 일부 학생들이 지난 3월 30-31일 진행된 학과 MT에서 후배들이 선배 말을 듣지 않고 예의가 없다는 명목으로 얼차려와 폭력을 행사했다. 이 같은 사실은 피해 학생들이 담당 교수에게 진정을 내며 밝혀졌고 해당 학과는 자체 조사에 나섰다.

B학과에서 자체 조사한 결과, 이날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일명 `원산폭격` 등 가혹행위에 이어 폭력을 행사했다.

선배들의 폭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4월 중순에는 후배들을 지도한다는 명목으로, 학생들을 강의실로 집합시킨 후 여학생들에게는 가혹행위를, 남학생들에게는 폭력을 가했다.

선배들은 또 폭행을 당한 피해 학생들에게 `폭행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라는 진술서 작성을 강요했다는 사실이 조사결과 드러났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일부 피해 학생 학부모들은 대학과 학과 측에 학생회 임원들의 사퇴와 처벌을 요구했으나 대학은 사건을 덮으려고만 할 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학 내부에서는 직원들이나 보직교수들이 사건을 쉬쉬하는 것은 오는 9월 총장이 바뀌면 인사이동 등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사건을 해결하려는 교수의 행정처리를 비정상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피해학생 학부모는 "나름대로 학교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입학 했는데, 학기초부터 구타를 당하니 학교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며 "군대에서도 구타가 없어졌는데 대학에서는 왜 악습을 뿌리 뽑지 않으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학과 교수는 "피해학생들이 MT를 다녀온 후 연구실로 문제개선 요구서를 보내면서 폭행 사실을 알게 됐다"며 "가해학생들을 불러서 지도를 했지만 4월에 또 다시 폭행 사건이 발생하면서 학생처에 진정을 제기했지만 대학은 사건을 덮으려고만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학 학생처 관계자는 "대학 규정상 학과 내에서 발생한 사안은 해당 단과대 지도위원회에서 다루게 돼 있어 이첩을 시킨 상태"라며 "지난 15일 1차 학생지도위원회를 열어서 전체적인 논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사건을 쉬쉬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정성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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