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한국사회는 매우 빠른 템포로 시간이 간 듯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2016년 촛불집회, 2017년 조기 대선 그리고 2018년 남북 평화무드까지 주로 정치적인 이슈에 사회의 관심이 쏠렸다. 숨을 돌리고 보니 국내외 경제상황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미중 간에 무역전쟁이 한창이다. 미국은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 부과 방안을 확정했다고 한다. 중국도 즉시 미국산 659개 품목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나라의 무역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수출이 부진해지면, 중국으로 부품 수출 등을 하는 우리나라 기업들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유가도 오르고 있다. 미국이 지난 5월 이란 핵 협정을 탈퇴하고, 오는 8월부터 강력한 경제 제재를 재개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로 올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넘게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원가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항공과 해운 등 운송업체들은 직접적인 피해가 있을 수 있다.

금리도 심상치 않다. 미국 기준금리가 1.75-2.00%로 상승했다. 10년 만에 2% 금리대로 들어섰다고 하니 높은 수준이다. 우리와 금리 역전 폭도 0.5% 포인트로 벌어졌다. 금리 역전이 지속되면 외국인 투자자가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 주식 등 단기시장의 변동이 불가피하다.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에 고민 중인데, 기준금리 인상이 되면, 가계와 기업 모두가 문제다.

고용이 지난 주 큰 이슈였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정부로서는 난처한 상황이다. 취업자 증가 폭이 8년 4개월 만의 최악으로, `고용 쇼크` 수준이란다. 경제부총리도 이를 인정하는 기사가 나곤 했다. 고용 관련해서는 피고용자들의 심리적인 분위기도 좋지 않다. 은행권 고용비리가 가당치도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용비리가 광범위 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취업길이 더욱 좁아진 청년층은 괴로울 수밖에 없다.

경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는 시각이 다양할 수 있다. 그리고 단기적인 이슈보다는 중장기적인 준비와 플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제조업 수출이 주로 기여한다. 그런데, 자동차 및 조선은 부진한 상황이고, 유가상승으로 석유화학산업 또한 위험요인이 없지 않다. 반도체 또한 글로벌 경쟁이 심한 상황이다. 미중 간 무역 전쟁 영향을 포함해 이들 산업의 경쟁력도 진단해야 한다. 또 이들 산업이 여전히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요구되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국제기구에서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3%대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GDP 성장률이 모든 경제상황을 대표할 수 없다. 성장에서 그 형식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 근본적인 문제는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는데 있다. 즉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있는데, 고용이 안되는 상황이라면 단순히 생각해도 경제성장의 성과가 기존 고용인원에 대한 배분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내부적인 배분이 합리적인지 여부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기업 내에서 임시직이 많은 수를 여전히 차지하고 있고, 차별적 임금을 받고 있다는 구조는 씁쓸하다. 오너 위주의 운영으로 성과가 투자나 배분되지 않고, 기업유보금만 늘고 있다는 것도 그렇다.

당면한 경제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근원적인 경제구조에 대해 많은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중 간 무역전쟁, 유가 및 금리 문제 등 당면한 글로벌 경제상황에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장기적 성장 모멘텀은 무엇인가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이 요구된다. 성장의 속도나 규모보다는 그 내용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생산성 향상 목표 일변도는 그 달성과정에서 합리성을 무시할 수 있다. 성장의 내용이 중요한 이유는 성장의 목표가 우리나라 국민 모두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김태일 KMI 해운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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