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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광장] 민주당은 이제 겸손해져야 한다

2018-06-14기사 편집 2018-06-14 18:5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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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광역자치단체장은 전체 17곳 가운데 무려 14곳을 차지했다. 기초단체장은 226곳 중 151곳에서 승리했다. 한국당은 광역 2곳, 기초 53곳에서만 이겼다. 동시에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은 12석 가운데 11석을 석권했다. 보수의 맏형을 자처했던 한국당은 지방권력마저 상실하며 대구·경북 지역당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미 선거가 치러지기 전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냐는 평가가 뒤따랐지만 이처럼 일방적으로 승패가 결정된 것을 보니 참으로 민심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이처럼 일방적으로 승패가 결정된 것은 제4회 지방선거를 제외하곤 유례가 없다. 지난 2006년 5월 31일 치러진 제4회 지방선거 당시 보수정당은 압승을 거뒀다. 광역단체장 16곳 가운데 한나라당이 수도권 등 12곳을 휩쓸고 무소속이 1곳을 차지했다. 집권당이던 열린우리당은 전북 1곳을 차지하는데 그쳤고, 민주당은 광주와 전남 등 2곳에서 당선자를 내면서 진보세력은 참담한 패배를 감내해야 했다. 그로부터 불과 12년, 당시와 전혀 상반된 선거 결과가 나온 것을 보면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교훈을 되새기게 된다. 민심과 이반된 정치세력은 설자리가 없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당의 참패는 예견된 것이었기에 그리 놀라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처럼 궤멸 수준의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뼈를 깎는 자성과 함께 면밀한 복기가 필요해 보인다. 한국당의 패배 원인을 되짚어보면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보수정치권은 승리감에 너무 도취해 있었다. 두 차례의 대선가도에서 거둔 압도적 승리는 그들의 신경을 무디게 만들었다. 국정 운영은 난삽했고 무소불위의 권력은 도덕성 실추로 이어졌다. 국민들의 요구와는 동떨어진 행태가 거듭되면서 급기야는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사태를 불러왔다. 총선과 대선에선 패배했고 두 전직 대통령은 감옥에 갇히는 신세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안일했다. 변화를 두려워했다. 당 지도부는 무능했다. 무엇보다 국민의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이 부족했다. 역사의 물줄기를 뒤바꿀 세기의 만남이라는 전 세계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폄하하는데 몰두했다. 국민 대다수가 한반도의 평화와 공동 번영을 간절히 바라고 있음에도 냉전적 사고로 일관하면서 노소를 불문하고 한국당에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홍준표 대표는 어제 "우리는 참패했고 나라는 통째로 넘어갔다. 모두가 제 잘못이고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국민 여러분들의 선택을 존중한다"며 사퇴했지만 때늦은 후회가 아닐 수 없다.

선거는 민주당의 압승으로 귀결됐지만 작금의 상황은 마냥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을 때만은 아니다. 밖으로는 미국의 보호무역 장벽, 중국의 굴기로 국제 경쟁력이 날로 악화되고 있고 안으로는 자영업자의 몰락, 청년실업의 심화 등으로 위기의식이 심화되고 있다. 국회로 눈을 돌리면 각종 민생 개혁입법과 개헌 등 풀어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민주당이 재보선을 통해 국회 주도권을 회복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하라는 국민의 바람이 반영된 것일 뿐이다.

이제 민주당도 달라져야 한다. 사실 민주당 당선자들이 모두 잘해서 뽑힌 것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에 기댄 이들이 상당수다. 유권자 대다수가 달리 대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표를 줬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야권이 정계 개편의 회오리에 휩싸이다보면 진보와 보수의 대결을 더욱 첨예화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승리자의 깃발을 휘두를 것이 아니라 보다 겸손한 자세로 임하면서 협치를 복원해야 한다. 12년 전의 아픔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이번 선거 결과에 자만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김시헌 천안아산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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