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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속 소박한 밥상, 제주 슬로라이프의 맛

2018-06-13기사 편집 2018-06-13 15:5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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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밥상

첨부사진1고사리가방
비닐장갑을 끼고 그 위에 면장갑, 두꺼운 장갑을 끼고 팔에는 토시를 낀다. 고사리 앞치마를 맨다. 햇빛가리개 모자를 쓴다. 그러고 나면 숲에 들어갈 준비 끝. 안 보인다고 확확 가지 말고 집중해서 찾다 보면, 보이기 시작한다. 여기도, 저기도, 요기도, 조기도.

아무리 노력하고 발버둥쳐 봐도 결실이 불투명한 현실의 삶이 내일을 두렵게 만들 때, 자연은 내가 걸어다닌 만큼, 정확히 그 만큼의 수확물을 내어 준다. 머릿속의 잡생각은 털어버리고 초록색 고사리 머리만 쫓으며 소똥, 말똥, 똬리 틀고 있는 뱀, 빈 새집을 지나다가도 한 번씩 미어캣처럼 몸을 일으켜 내 위치를 확인하고, 억새밭을 지나다 보면 어느새 앞치마 주머니가 불룩해진다. 그리고 찾아오는 간식시간. 나무그늘에 앉아 먹는 도시락은 꿀맛.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그리고 쓴, 저자의 자전적 만화 에세이다.

제주의 봄과 바람, 숲을 담은 슬로 라이프 만화다.

삶이 너무 많거나 너무 바쁘거나, 너무 화려해서 지칠 때, 여행에서 삶의 쉼표를 찍을까 생각하는 그 때, 이 책은 힐링이 된다.

저자는 서울의 삶을 뒤로하고 어머니가 살고 있는 제주로 간다.

늘 반복되는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저자는 제철나물과 먹거리, 숲 공기로 삶을 채워본다.

이 책에는 정감어린 제주 사투리, 제주의 밥상도 가득 담겼다.

저자는 "고사리, 두릅, 제피, 달래. 봄나물 밥상으로 식욕을 채우고, 선선한 마룻바닥에 노곤한 몸을 대고 꿀잠을 자고 나면, 다시 단순한 일상이 이어진다. 비가 오면 그림을 그리고, 날씨가 좋으면 다시 고사리를 꺾는 것"이라고 제주의 봄을 설명한다. 짧은 단편만화 속에 한 계절의 제주가 담겼다.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너무 빨리 걷느라 발 가까이의 것도 못 챙기고 있지는 않은지. 일 년에 한 번쯤 바람이 날 때, 바람이 나고 싶을 때, 든든한 친구가 되어 줄 책이다. 내일을 위해 오늘 쉼표를 찍어 보면 어떨까.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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