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계는 경제발전 등 양적인 측면의 성장지표로 활용되던 국내총생산(GDP)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고 사회적 복지, 삶의 질, 더불어 사는 발전 등 질적 성장을 고려하는 `GDP를 넘어서(Beyond GDP)`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사회적 가치`에 대한 통찰이 깊어지고 있다.

ISO(국제표준기구)는 2010년 사회적 책임의 국제표준으로 `ISO 26000`을 만들어 기업은 물론 정부와 NGO 등 사회를 구성하는 크고 작은 모든 조직의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EU는 2010년 공공의 사회책임조달을 명문화해 가격만이 아닌 사회적 가치를 담은 재화와 서비스를 우대하고 있다. 영국은 2012년 제정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공공서비스법`에서 사회적 가치를 `한 지역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복리`로 명시해 공공서비스를 구매할 때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고 있다.

Beyond GDP로 바라본 우리의 현실은 어떠할까? OECD의 `더 나은 삶의 질 지수` 29위(2016년), 유엔 행복보고서의 `행복지수 58위(2017년)` 등 기대 이하 수준이다. 그나마 국제연합개발계획의 `인간개발지수`가 18위(2015년)로 겨우 체면치레감이다. 청년 실업률 11.2%, OECD 회원국 세계 최고 자살률, 노인 빈곤율 1위 등 각종 지표들이 대한민국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우리 정부도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하는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통한 공공성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2022년까지 51위인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를 20위권으로, 하위권인 OECD의 `더 나은 삶의 질 지수`와 `정부신뢰도`도 10위권으로 올려놓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100대 국정과제 중 `사회적 가치 실현을 선도하는 공공기관`을 위한 정책도 가시화 됐다. 우선 공공부문 경영평가의 전면 개편을 통해 그동안 `사회적 책임`이었던 항목을 `사회적 가치`로 바꿔 사회의 재생과 건전한 발전을 위한 가치로서 공동체와 사회 전체에 편익을 제공하는데 적극 나서도록 유도하고 있다.

필자의 근무처인 원자력안전기술원도 효율성과 공공성의 조화를 이루며 방사선 재해로부터 국민과 환경을 지키는 조직의 미션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 실현 지표인 일자리 창출,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 안전 및 환경, 상생·협력 및 지역발전, 윤리경영의 선행기관으로 나서고 있다. 국민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안심사회를 구축함에 있어 공공성, 연대성, 사회적 가치 지향성을 높이는 동시에 참여와 협력을 통해 사회 변화와 혁신을 적극적으로 리드해가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사회가치실현팀을 발족해 기관 고유의 사회적 가치를 `방사선 재해로부터 근로자와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보유 기술과 정보의 적극적 공개로 국민 안심 제고 및 관련 산업 부가가치 창출`로 정의하고, `2018-2022 중장기 경영목표`에 이를 체계화했다. 또한 기관의 사회공헌 비전인 `더불어 함께 세상을 만드는 KINS`를 위해 구성원을 대상으로 사회공헌 문화를 확산하고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지역협력을 기반으로 사회적 약자 배려 중심의 사회공헌을 특화해 최근 유성구에서 주최한 `소원을 말해봐` 사업의 사랑의 릴레이 기관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이 사업은 유성구에 거주하는 취약계층 아동 및 생활이 어려운 주민을 대상으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이루지 못한 소원을 들어주는 것인데 지난해 7개 기관이 참여해 61명의 소원을 이루어 준 바 있다. 또한, 지역의 다문화 가정 등 취약계층에도 관심 범위를 넓혀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지속적 구체적 계획을 수립중이다.

세계는 경제발전뿐만 아니라 사회적 복지, 삶의 질, 더불어 사는 사회가 인류가 나아갈 올바른 방향임을 인식하고 있다. 국가도 사회 통합과 공동체의 기여를 고려하는 사회적 가치의 체계화에 적극적이다. 여기에 원자력안전기술원을 비롯한 공공기관들이 소득분배 개선, 일자리 창출, 사회적 약자 보호 등의 질적 성장을 주도해 간다면 넓게 드리워진 사회적 가치 안에서 `다 함께 더 아름답고 더 풍요로워지는 Beyond GDP 시대`의 상생이 이뤄지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세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경영기획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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