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남구 세곡동 오피스텔에서 경비원 살인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경비원들의 안전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아파트나 오피스텔과 같은 일반 주거시설의 경우 경비원들이 대부분 60대 이상의 고령인데다 방범, 순찰을 해야하는 경비 업무 특성상 호출기 등 보호 장비 구축과 함께 환경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9시쯤 서울 강남구 세곡동 한 오피스텔 지하 1층 관리사무소(방재실)에서 경비원 A(65)씨와 B(64)씨가 이 오피스텔 입주민인 강 모(28)씨가 휘두른 흉기에 사망했다.

강 씨는 `위층에서 소리가 들린다`는 이유로 지하 1층 방재실에서 흉기를 휘둘렀고 2명의 경비원은 이를 막지 못하고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60대 중반인 2명의 경비원은 20대 청년이 휘두르는 흉기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최근 고령사회고용진흥원의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최저임금 적용에 따른 보안대책 연구`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경비직 근로자 15만 1741명 중 절반 가까이인 47.9%(7만 2717명)가 60-70대로 나타났다.

대전 지역의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다수 둘러본 결과 업무 특성상 불특정 다수를 상대해야 하는 경비원들은 아무런 보호장구 없이 민원인을 상대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심야시간엔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실정이다.

대전 서구 월평동의 한 아파트 경비원 A(67)씨는 "낮에도 끊임없이 입주민과 외부인들을 관리해야 하는데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경비복을 입고 있지만 경찰처럼 보호 장구 등이 없어 심야시간에 순찰을 돌 때는 아찔할 때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입주민 김샛별(30)씨는 "말만 경비원이지 경비를 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이나 여건이 열악한 상황"이라며 "보호 장구 없이 야간 순찰을 돌 때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비원들은 업무 특성상 취객 등을 상대하거나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큰 만큼 호출기 등 최소한의 자구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시한다.

진광명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비원의 자기 보호를 위해 무기를 휴대하거나 할 때 역으로 인권을 침해하거나 불안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일부분 딜레마가 있다"며 "경비실 비상벨이나 CCTV설치, 경비원에 호출기 착용 등으로 경찰과 연계한 비상연락망 구축으로 위험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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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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