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계에서 시청률이 가장 치솟는 시간대(prime time), 사고 발생 직후 환자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수술과 같은 치료가 이뤄져야 하는 최소한의 시간(golden hour), 이 모두를 흔히 골든타임(golden time)이라고 부른다. 어디 그뿐인가,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가는 석양을 바라볼 수 있는 골든타임이 있는가 하면 재테크, 낚시 그리고 벚꽃구경도 절정을 이루는 시간이 있다.

인공지능, 로봇공학, 센서, 합성생물학 등으로 요약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도래한 지금. 음악을 비롯한 예술장르는 이 시대 어떤 의미를 가지고 방향성을 가져야 할 것인가의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Midnight in paris`(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21세기를 사는 주인공은 시간여행을 통해, 예술문화가 절정이던 1920년대 파리에서 다양한 예술가들을 조우하게 되는데, 재밌는 것은 그 시대의 사람들은 그보다 더 이전인 1890년대 르네상스를 예술의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21세기는 20세기를, 20세기는 19세기를 동경하지만 예술 그리고 인생의 황금기, 골든타임은 연약해보여도 영향력이 없어보여도 바로 지금이라는 것. 그렇지만 이 시간은 느닷없이 오지 않았다.

세계적인 명지휘자 토스카니니는 원래 첼로 연주자였다. 그는 시력이 나빠 연주 때마다 어려움을 겪는 일이 다반사라 아예 자신이 연주할 악보를 다 외워버렸다. 후에는 단원들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다른 파트의 악보까지 모조리 암기했다. 어느 날, 연주회를 앞두고 지휘자가 나타나지 않자, 단원 중 한명이 지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악보를 모조리 외우는 토스카니니는 빛을 발하기 시작하여 세계에 명성을 떨치는 지휘자로 우뚝 서게 되었다. 훗날 토스카니니는 이렇게 고백한다. "나쁜 시력이 나를 지휘자로 만들었다." 약점을 강점으로, 위기를 기회로 뒤집었던 토스카니니의 노력이 인생의 골든타임을 불러온 것은 아닐까.

구급차가 환자를 싣고 오는 5분의 골든타임이 주어진다면 수많은 차량의 길을 터주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으로는 따라올 수도 없는 인간의 숭고한 헌신과 인간만이 지닌 감성, 감각의 창조성을 가지고 모든 순간을 노력하며 소중히 여기며 살아낼 때 골든타임은 오고 있고, 지금 이 순간이 골든타임이라고 노래하고 싶다. 김지선 소프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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