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첫 인상은 얼굴의 생김새에 좌우되기도 하지만 옷차림새나 말투 제스처 등 소위 그 사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커피숍이나 레스토랑을 찾을 때 도 맛이 중요하지만 그곳의 분위기는 중요한 장소선택의 기준이 된다. 건물을 설계할 때 어떤 분위기를 만드는가는 건축사 고유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건축주가 원하는 분위기를 제시하기도 하지만 같은 요구조건을 가지고도 설계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똑같은 재료를 조합해 설계 한다 해도 말이다. 건물의 외형과 내부공간의 분위기를 어떻게 만드느냐를 고민 하는 것은 설계과정의 처음이자 끝 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설계 작업 시 원하는 분위를 만드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많은 변수들이 작용할뿐더러 그 변수들 간의 상호작용을 정확히 감지해내고 예상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운 작업을 잘 해내는 훌륭한 건축가가 있다. 건축계의 노벨상 이라는 프리츠커상을 2009년에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페터 춤토르(Peter Zumthor, 1943-)이다. 스위스 시골 마을에서 자기 자신의 건축세계를 진지하게 만들어 나가는 수도자 같은 건축가이다. 그는 `페터 춤토르 분위기(2013 )`라는 책에서 그가 특정한 건축적분위기를 만드는 데 가장 신경 쓰는 것으로 건축의 몸, 물질의 양립성, 공간의 소리, 공간의 온도, 주변의 사물, 안정과 유혹 사이, 내부와 외부의 긴장, 친밀함의 수준, 사물을 비추는 빛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몇 가지는 필자도 쉽게 그 뜻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난해한 부분도 있지만 건축물을 설계 할 때 이렇게 다양한 변수들에 심사숙고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존경받을 만 하다고 생각한다. 흔히들 그를 `건축가가 존경하는 건축가`라고 하는 이유도 깊은 사유에서 나오는 그의 건축물이 주는 분위기가 주는 감동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의 건축물은 우리 기준으로는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깊은 생각으로 설계된 건축물들은 보면 볼수록 감동이 더해진다. 그에 비해 우리는 지금 너무 급하게 설계하고 짓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 본다. 건축물은 비바람과 추위와 더위를 막는 물리적인 구조물일 뿐만 아니라 감성을 자극하고 생성하는 자극제이다. 좋은, 편안한, 쾌적한, 아름다운, 신선한분위기를 가진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충분한 설계와 시공기간이 필요하다. 웬만한 규모의 건축물을 설계하는데 건축주들이 생각하는 설계기간은 1-2개월, 심지어는 몇 주 인 경우도 있다. 도면 자체를 그려내기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이런 환경에서 건축물의 분위기를 고민하는 것은 사치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설계자에게 고민할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 아울러 그 고민의 시간에 걸맞은 보수도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 설계자가 이런 분위기에서 작업에 전념 할 수 있다면 만족할 만한 분위기의 건축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설계자가 그럴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전제로 할 때 말이다. 조한묵 대전시건축사회 부회장·건축사사무소 YEHA 대표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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