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깨우는 우유배달부, 새벽기도를 위해 교회로 가는 할머니, 첫차를 타기 위해 골목을 나서는 직장인. 새벽에는 배경처럼 깔려있는 짙은 고요가 있다. 해가 뜨기 전에 여행을 떠나는 이들에게 인천공항에 가냐고 묻는 것은 상상부족이다. 해외여행이 아니라 도시에 있는 나무와 하천, 낮게 엎드려 있는 동네 풍경을 만나기 위해 새벽길을 나서는 이들이 있다.

대전시가 운영하고 있는 `대전스토리투어`에는 몇 개의 테마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입소문을 타고 퍼진 `새벽힐링투어`이다. 새벽 5시에 시작해 아침 8시에 마무리를 짓는다. 새벽이라는 시간과 스토리라는 서사가 만나 여행이 주는 즐거움은 배가 된다.

유등천변을 따라 무수동 유회당의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젖고, 갑천변을 지나 증촌마을 느티나무의 연륜을 만나고, 대청호를 비추는 탄성의 일출을 본다. 코스들의 공통점은 고요 속에서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낮에 보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유등천 징검다리에서 귀를 손으로 모으면 영화 속 효과음처럼 선명한 물소리가 들린다.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에 등장하는 소녀가 어디선가 나의 이름을 부를 것 같은 분위기다.

대전시가 새벽투어를 운영한 것은 불과 몇 년 되지 않지만, 민간차원에서는 오래됐다. 이십 여 년 동안 대전탐험가로 활동하고 있는 안여종 씨가 새벽여행을 이끈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보름달이 아름다운 대전여행, 원도심기행 등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했다. 대전스토리투어도 그가 속한 대전체험여행협동조합에서 맡고 있다.

이른 시간에 사람들이 모이면 안여종 씨는 먼저 새벽의 다양한 뜻을 들려준다. "꼭두새벽은 아주 이른 새벽을 말하고, 어슴새벽은 조금 어둑어둑한 새벽, 그리고 첫새벽은 날이 막 새기 시작하는 이른 새벽을 뜻 합니다"

그의 말을 듣는 순간, 대전의 색다른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풍경을 보는 새로운 시각도갖게 된다. 졸린 눈으로 나왔다가 감성에 젖은 눈으로 돌아가는 `새벽힐링투어`.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것은 물론 길 떠나는 여행의 낭만과 서정이 선물처럼 다가온다. 정덕재 시인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