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뒷모습

"스님은 수행자이자 수필가가 아니었다. 하루에 글을 쓰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새벽에 일어나 혼자 예불하고, 채마밭을 가꾸고, 좌선하고, 차를 마시고, 책을 읽고, 만행하는 등 보통 스님의 일상을 조금도 벗어난 적이 없었던 법정스님은 죽음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극한 상황에서도 병상에서 홀로 조석예불을 거르지 않았다.

한 수행자의 한 평생 살림살이를 그대로 보여주는 이 책은 오늘날 우리 곁에 수행자가 존재하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일깨운다.

이 책은 2010년 입적한 법정스님의 숨겨진 일화들이 남긴 마지막 가르침을 담은 산문집이다. 과거 법정스님 저서의 담당 편집자였던 저자는 각별한 재가제자로서 스님과 맺어온 오랜 인연을 바탁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스님의 평소 법문과 일치했던 실제 삶이야말로 우리가 간지가해야 할 법정스님의 진정한 가르침 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한다.

스님께서 남기신 가르침과 일화들을 되새기는 가운대 위대한 수행자 한 분이 어떻게 우리 곁에 살다 갔는지를 이야기하며, 정윤경 작가의 그림과 유동영 작가의 사진이 책 속의 주옥같은 일화를 더 빛내주고 있다.

1부에서는 법정스님이 대통령의 청와대 초대를 거절할 정도로 권력자를 멀리한 이야기, 작가가 불일암에서 스님을 통해 법명과 계첩을 받고 제자가 된 이야기, 스님에게서 낙관 없는 현판 글씨를 받은 이야기, 스님이 대원각 땅을 시주받아 길상사를 창건한 이야기, 스님이 입적하신 뒤 누에고치처럼 자신을 가두어 소설 `무소유`를 완성한 이야기 등이 소개된다.

2부에서는 스님의 가풍을 이어받아 작가가 하루하루 일궈가는 산중생활의 사계절 풍경들이 소개되며, 3부에는 법정스님을 추모하는 글이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가장 감동적으로 남겨진 법정스님의 모습은 놀랍게도 동일했다. 바로 텔레비전을 통해 방송된 스님의 장례식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고승들이 꽃으로 장식한 운구차에 실려 갔지만 스님은 당신의 유언에 따라 그렇게 하지 않았다. 누워있는 스님은 가사 한 장으로 덮은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스님의 그 모습은 송광사를 찾은 모든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다. 그때 저자는 `뒷모습이 참모습`이라고 깨달았다. 저자는 "나는 산 사람인지 죽은 사람인지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게 어찌 나뿐일까. 스님의 마지막 길를 보려고 온 사람들 모두 그러지 않았을까?"라고 질문했다. 이책을 통해 우리를 그토록 감동시킨 `무소유`의 삶이 진정 무엇을 향하고 있는 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서지영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서지영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