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정권을 세습한 이후 처음으로 조 중 정상회담이 열리고 4.27일에는 3차 남북정상회담, 6월 중에 미북 정상회담이 개최될 예정이다. 이 연쇄 정상회담에 참여하는 정상들은 모두 `한반도 비핵화`를 얘기하고 있고, 국민은 연쇄 정상회담으로 비핵화가 이루어지면 한반도 안보가 보장되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기대와 달리 다음과 같은 상황이 전개될까 봐 우려스럽다.

첫 번째 우려스러운 것은 한·미와 북한이 `비핵화`를 서로 다르게 해석한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비핵화`가 유훈이라고 하면서 `비핵화`가 무엇인지를 밝히지 않고 정상회담에 임하고 있다. 남한은 북한의 `조선반도의 비핵지대화` 공세에 대응한 용어로서 1991년 11월 노태우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선언에서 처음 사용할 때 의미인 `남북한은 핵 개발을 포기하되 한미동맹에는 어떠한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고, 미국은 비핵화를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 수준으로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정상회담에서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있는 `비핵화`의미를 일치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두 번째는 한·미가 인식하고 있는 북한핵미사일 위협수준과 강도 차이의 문제이다. 미국은 북한 핵무기가 미국 본토까지 날아오는 것을 북핵 레드라인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핵무기와 ICBM만 폐기하는 수준에서 합의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핵무기와 ICBM은 물론 남한 전역까지 사정권에 포함되는 중·단거리 미사일 모두를 폐기해야만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안전이 보장된다.

세 번째는 비핵화 방식의 차이의 문제이다. 미국은 선 핵 폐기, 후 체제 안전과 경제해제이다. 그러나 북한은 김정은이가 북·중 정상회담에서 조건으로 제시한 `한미가 북한의 선의에 응해서 점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것은 단계적 비핵화가 달성될 때마다 한미가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하고, 들어주지 않으면 지난 25년 동안 한미를 능멸해 왔던 지연·기만전략을 되풀이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핵무기와 ICBM 등을 폐기한다고 해서 `비핵화`가 영구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비핵화`가 되어도 북한에는 핵미사일을 만드는 설계도, 인력과 기술, 노하우 등이 그대로 있으므로 리더 타임 3개월 정도면 또다시 핵무기와 미사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북한 비핵화 조건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의 문제이다. 청와대에서도 정상회담에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논의를 검토 중이라고 발표하였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남북이 종전선언(평화협정 전환)을 논의하고 있는 것을 축하한다"라고 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의 비핵화는 평화협정으로 귀결되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평화협정`은 전쟁이 없고, 상호불가침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만, 북한은 정전협정으로 주둔하게 된 미군이 철수하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비핵화 뒤에 따라오는 평화협정은 남한에서 미군이 철수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다섯 번째는 북한이 핵무기가 없다고 해서 한반도 안보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은 핵무기 없이 6.25남침을 감행했고, 정전협정 이후 비무장지대 지뢰 도발 등 수십만 건의 대남도발과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을 감행하였다. 현재 북한은 핵무기를 제외한 재래식 무기도 남한에 우세하며, 특히 생화학탄, 사이버, 특수전, 장사정포 등 비대칭 전력은 월등히 우세하다. 또한, 절대 군주형 독재체제에서의 김정은 오판이나 야심에 의해 언제라도 도발·공격할 수 있다. 더군다나 남침공격에 절대적 억제역할을 해왔던 미군이 철수된다면 전쟁억제 및 승리를 보장받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끝으로 우리 정부는 평화체제를 실현하는 차원에서 비무장지대 설치된 최전방 감시소(GP)까지 철수를 검토하고 있고, 평소 대북 절대우위의 전략적 매체인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GP는 공격하는 자에게는 큰 역할을 못 하지만 방어하는 우리에게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수도 서울이 전선에서 근거리에 있으므로 북한공격을 조기에 발견, 저지하여 지연시킴으로써 종심이 짧은 수도권의 피해를 최소화하여 신속히 반격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하는 것이 GP이다. 대북확성기 방송은 북한체제 비판보다는 날씨 등 생활뉴스와 정상회담 내용 등 북한 주민이 모르는 내외부 사실 전달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남북통일 되지 않고 휴전선이 있는 한 GP나 대북확성기 방송은 지금까지 해오던 최전방 감시소와 내외부 뉴스 전달 매체로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연쇄 정상회담의 비핵화가 북한의 핵무기와 핵 투발 수단 모두를 폐기하고, 평화협정이 체결된다고 해서 한반도 안보와 평화통일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북한의 경제 상황을 호전시켜 재래식 무기를 더 증강하고, 불완전한 ICBM 완성과 소형화 등 핵무장의 완성 기회를 줄 수 있다.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이 CVID가 될 수 있도록 `지피지기 백전불퇴(知彼知己 白戰不退)` 경구를 명심하면서 북한과 미국의 의도를 간파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윤규 합동참모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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