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우리 측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다. 2006년 6월 김대중 대통령,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지 11년 만이라고 한다. 그때만 해도 곧 남북이 통일되리라는 기대감으로 들떠있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물론 통일이 우리의 종착지이지만 그 전에 풀어야 할 매듭이 있다. 북한과 미국, 한반도와 중국, 러시아, 일본의 줄과 핵과 전쟁의 줄이 서로 꼬여서 만들어진 고르디우스 매듭 말이다. 우리가 가장 불안해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 땅에서 핵이 사용되고 전쟁이 일어나는 일이다. 승패를 떠나 어떠한 상황에서도 전쟁은 우리를 가장 비극적으로 만들 것이다. 그 끔찍한 가정은 하고 싶지도 않다. 이래저래 불안한 서민들의 삶이지만, 사드배치 등 대한민국의 어지러웠던 정치상황과 북측의 미사일과 핵실험에 가슴이 철렁했던 작년에 비해 2018년 올해는 한결 마음이 놓이는 것은 인지상정, 그럴 때 마다 생각나는 시가 있다.

`(그대의) 신기한 책략은 하늘의 이치에 다다랐고 / 오묘한 계략은 땅의 이치를 다했네 / 싸움에서 이긴 공이 이미 높으니 / 만족함을 알고 그만두기 바라노라`

다 아시다시피 을지문덕이 쓴 `수나라 장군 우중문에게 주는 시(與隋將于仲文詩)`이다.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시 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한 우리 선조의 지혜가 돋보인다. 그래서 가끔은 을지문덕 장군이 군인이기보다 가슴 따스하게 한 시대를 살아간 시인이 아니었을까 상상해 본다. 그의 시적 사고와 감성이 없었더라면, 고구려가 수나라에게 퍽이나 많은 곤혹을 치렀을 것이리라.

고르디우스 매듭을 풀기 위해 남북이 역사상 처음으로 남측 판문점에서 평화의 실타래를 잡으려고 한다. 물론 대통령도 잘하시겠지만,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고 우리 대통령을 빛나게 하기 위해 그 밑에서 고생하는 관련 공무원에게 응원을 보낸다. 호수에 떠있는 이름다운 백조는 그 물 밑에서 죽어라고 발버둥 치는 자맥질과 깃털 하나하나에서 나오는 기름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따스한 시적인 감성과 차가운 지적인 이성으로 고르디우스 매듭을 해결하기 바란다. "잘 풀릴 거야" 주문을 외며, 대통령과 그 보좌진들의 지혜를 기대해 본다. 박종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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