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읽기]

△그리운 너에게((사)4·16가족협의회, 4·16기억저장소 엮음)=지난 해 4월 세월호가 인양됐다. 그로부터 1년 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세월호 참사의 진상은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일은 순조롭지 않다. 2기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구성은 물론 안산 화랑유원지 내 4·16생명안전공원 설립은 논란 속에 더디게 진행됐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문제가 해결됐다고 여기는 시간은 누군가에겐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의 이름이 잊히는 것을 봐야하는 두려움의 시간이었다. 이 책은 잊혀서는 안될 이름을 부르고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사)4·16가족협의회, 4·16기억저장소의 엄마, 아빠들이 그 자녀들에게 보내는 110편의 육필 편지는 누구도 대신 쓸 수 없는 내용과 형식으로 그들만의 내밀한 기억을 더듬으며 `희생자들`이라는 말에 가렸던 한 명, 한 명의 존재를 환기한다. 후마니타스·384쪽

△애주가의 대모험(제프 시올레티 지음·정영은 옮김·정인성 감수)=우리는 흔히 치킨과 맥주, 삼겹살과 소주, 치즈와 와인, 가끔가다 바에서 주문하는 거기서 거기인 칵테일들…. 술은 자주 마셔도 즐겨 마시는 술은 정해져있을 때가 많다. 맛과 풍미를 느끼기보다 그저 `알코올`이니까 마시는 모양새다. 저자는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 색다른 음주 모험을 감행하자고 말한다. 벨기에 수도원이 원조인 트라피스트 맥주, 밸런타인데이에 어울리는 화끈한 매운 맛의 칠리 페퍼 맥주, 한 때 `환각`이라는 환상을 불러 일으켰던 130프루프의 녹색 술 압생트, 긴 항해 끝에 만들어진 노르웨이의 아쿠아비트 리니, 가석방된 교도소 와인 프루노, 벚꽃하면 떠오르는 사케까지…. 술도 아는만큼 즐길 수 있다. 저자는 세계사와 문화사, 지리학을 넘나드는 전 세계 술에 관한 거의 모든 지식을 한 권에 담았다. 더숲·496쪽

△골목길 역사산책-서울편(최석호 지음)=우리는 미래를 계획하고 지향하며 현재를 살아간다. 그 미래가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아 결정되듯, 지금 발 딛고 선 현재도 과거로부터 축적된 모든 시간이 모여서 이루어져있다. 우리의 생각, 행동, 외적인 환경 등 그 어느 것도 지난 역사에서 비롯되지 않은 것이 없다. 오늘은 어제의 산물이며 내일도 그렇게 오늘의 산물일 것이다. 이 책은 이 부분에 주목한다. 바쁜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나의 뿌리를, 내가 속한 나라의 뿌리를 찾아보자고 말한다. 급변하는 현대에 점점 희박해지는 역사 인식을 일깨워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되찾아 진정한 `나`와 만나보자는 의도에서 출발한다. 시루·384쪽

△마라톤에서 지는 법(조엘 H.코언 지음)=마라톤 초보가 `나홀로 훈련`을 거쳐 뉴욕 마라톤에 참가하기까지의 좌충우돌 과정을 담은 한 편의 코미디 영화 같은 에세이. 저자는 운동에는 소질이 없고 `먹고 마시는 것`은 마냥 즐거운 중년 남자다. 그가 우연한 계기로 마라톤에 관심을 갖게 돼 혼자서 훈련을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물론 그의 최종 목표는 마라톤 완주이다. `심슨 가족` 작가 특유의 위트 넘치는 문장과 직접 그린 엉성한 일러스트 사이사이에, 마라톤 용어는 물론 여러 훈련 방법과 장비, 세계의 마라톤 대회들과 그 참가방법ㅂ 등 그가 조사하고 경험한 구체적인 정보들을 알차게 심어두었다. 특히 책의 후반부에 실시간 중계하듯 자세하게 묘사한 뉴욕 마라톤 참가 장면들은 재미를 넘어서 찡한 감동까지 선사한다. 마라톤 초보라면 도전해 볼 용기를, 아마추어 러너라면 진한 공감의 웃음을 얻게 될 것이다. (주)출판사클·224쪽

△맛의 제국 이탈리아의 음식문화사 알덴테(Aldente)(파비오 파라세콜리 지음·김후 옮김)=이탈리아로 여행을 간다면? 위대한 로마 문명의 유산, 찬란한 토스카나의 태양, 아름다운 지중해 풍경, 무엇보다 제대로 된 이탈리아 음식을 맛보는 것. 언제부턴가 이탈리아 음식은 `맛있고 건강한 음식`의 대명사, 이탈리아는 `미식의 본고장`으로 알려지게 됐다. 이탈리아식 식사는 유네스코에서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지중해 식문화를 대표하는 건강한 식사방식으로 여겨진다. 유네스코에서 정의한 지중해 식문화는 지중해 연안에서 전통방식으로 음식을 만드는 모든 과정 뿐 아니라 그 음식을 식탁에서 함꼐 나누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이 책은 지중해 연안의 시간과 공간을 누비며, 수천 년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라는 맛의 제국을 형성해 온 역사적 도정을 탐사한다. 니케북스·608쪽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강은선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