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농부로 살 수 있을까
하루 종일 일하느라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와도 맘 편히 쉴 수가 없었다. 서둘러 밥 먹고 치우고 내일의 노동을 위해 다시 잠들어야 하는 삶. 물질주의, 성과주의, 자본주의에 물든 도시에서의 일상은 버텨야 하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30대 평범한 부부를 향한 사회적 통념들이 그들을 옥죄는 듯했다. 아이를 낳아 기르기 위해, 터무니없이 비싼 집값을 마련하기 위해 끝없이 돈을 벌어야 하는 인생. 부부에겐 대안적 삶이 필요했다.
직접 가꾼 건강한 식재료로 만들어 약이 되는 식사, 성실히 일한 대가가 온전히 내게 돌아오는 노동, 미래를 도모하는 친환경적인 삶. 부부는 어렴풋이 바라던 것들을 이미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과감히 유럽으로 떠났다.
부부는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유럽 여행을 즐긴다. 환경대국 독일을 시작으로 덴마크의 스반홀름 공동체를 방문한 뒤 영국에서는 유기농 농가를 방문해 농사일을 돕고 숙식을 제공받는 교류 프로그램인 우프(WWOOF)를 체험한다. 주민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관찰하기 위해 작은 동네 시장, 가게, 지역 모임을 찾아가고 그들과 직접 살아보기까지 했다. 유럽 농부들의 일상에 직접 뛰어들어 생활하면서 자신들의 미래를 가늠해본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부부는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경기도 양평에 300평 밭을 사서 본격적으로 농부 생활을 시작한다. 시골살이 1년 차. 그들은 `종합재미농사`라는 이름으로 농부 시장 `마르쉐@`에 수확물을 들고 출점하는 어엿한 농부가 됐다. 농사 지도까지 그려가며 정성껏 심은 첫 작물들은 생긴 건 조금 못나도 여럿에게 나눠 주고도 남을 만큼 풍족하고 맛있었다. 이전보다 가진 현금은 부족해도 스스로 키운 것들로 삶은 오히려 풍요롭고, 마음도 넉넉해졌다.
이들은 결국 시골로 내려가 농부의 삶을 택했지만 어디까지나 가장 원하는 삶에 가까운 모양을 찾아 시도한 것이다. 앞으로 다른 형태의 삶을 선택할 수도 있다. 저자는 시골에 내려가 농부가 되지 않아도 삶의 전환은 가능하다고 말한다. 작은 약속과 실천을 통해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친환경적으로 살 수 있다. 나와 주변 환경을 소진하며 살지 않기 위해 모두가 농부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어디서든 농부의 마음으로 살 순 있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대안과 용기를 얻어 각자에게 어울리는 삶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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