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KBS 2TV에서 방영한 `인간의 조건`은 현대 문명에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조건은 어떤것인지를 알기위해 기획한 프로그램이었다. 6명의 개그맨 등이 숙소에 모여 제작진이 제시한 미션을 수행하는 형식이었던 이 프로그램의 첫번째 과제는 `쓰레기 없이 살기`였다. 생활폐기물부터 1회용 쓰레기 등 모든 쓰레기를 배출해선 안되며, 남과 같이 식사하고 잔반이 남아도 스스로 책임져야 할 만큼 규정이 엄격했다. 멤버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머리를 싸맸다. 1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에코백을 들고 다니는가 하면,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고, 식사시에도 불필요한 반찬은 아예 시키지 않았다. 미션의 강도가 세질수록 위기를 맞는 멤버들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댓글을 통해 "몸이 편할 수록 쓰레기 배출이 많아진다"는 어록을 남기기도 했다.

`내 몸 편하자고 버렸던 쓰레기`가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올 모양이다.

중국이 지난해 7월 폐플라스틱을 비롯한 고체 폐기물 등 24종을 더 이상 수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도 `재활용 쓰레기 대란(大亂)`에 빠졌다. 당장 대전지역 재활용 쓰레기 수거업체가 16일부터 수거를 거부를 예고한 상태다. 폐자원 가격 급락으로 이윤이 남지 않겠다는 판단을 한 것. 예견된 일이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마땅한 대비책 없이 네탓 공방만 벌이는 모습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수입 금지 결정 이후 폐자원 수출지역을 확대해 폐플라스틱은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로, 폐지는 대만으로 수출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했다. 유럽연합도 일회용 포장지를 재활용 포장지로 바꾸겠다고 했고, 영국은 1회용 플라스틱에 추가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타국의 사례처럼 수출지역을 확대하거나, 또다른 출구전략을 세워 장기적인 측면에서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데 있다. 습관처럼 사용하는 1회용품과 눈요깃용 과대포장, 먹지 못할 양의 음식 주문 등 생활속에서 바꿀 수 있는 있는 것들은 많다. 이를 간과한다면 `인간의 조건` 멤버들처럼 하루동안 배출한 쓰레기를 집안에 들여와 냄새때문에 괴로워해야 할지 모른다. 소름돋는 쓰레기의 역습이 아닐 수 없다.

원세연 지방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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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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