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찬 국장
양승찬 국장
이제 완연한 봄이다. 따스한 햇살속에 도로위에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꽃들도 만개한다.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사람들은 자연의 섭리와 질서를 배운다. 필자도 예외없이 `교통과 사회적 규범`에 대해 깊게 생각하던 중 우연히 꿀벌의 생태를 보고, 그 경이로움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되었다.

꿀벌은 달콤한 꿀을 사람들에게 날라다 준다. 꽃에서 꿀을 따고, 화분을 다른 꽃에 옮겨주어 꽃들이 열매를 맺게 한다. 인간에게 더없이 이로운 곤충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필자가 주목한 것은 꿀벌세계의 규범과 질서, 그리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적 생활이다.

세계적 생물학자인 토마스 D. 실리는 `꿀벌의 민주주의`라는 저서에서 "1만여 마리의 벌떼가 어떻게 무리의 질서를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집터를 고르고, 보금자리를 찾아가는지 경이롭다"며 "이는 8자형 엉덩이춤을 통해 의사전달과 위치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집단의 이익`을 위해 조화롭게 협력하는 꿀벌세계의 규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상호교감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롭다는 점을 꿀벌들은 본능적으로, 또 경험적으로 알고 실천한다는 얘기이다. 그리고 이와같은 꿀벌세계의 특징은 우리 인간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필자가 대전시 교통분야 업무를 총괄하면서 항상 고민해온 연구과제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바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야하는 `소통과 안전` 부문이다. 대전은 타 대도시에 비해 승용차 이용이 크게 불편하지 않은 도시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매년 승용차가 급증함에 따라 교통체증이 심화되고 있고 도로위 무질서에 따른 교통사고 사망자 비율은 7대도시 중 높은 편이다.

지난 한 해만도 시민 81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다. 자동차와 사람간 발생한 사망교통사고 중 무단횡단과 신호위반이 사고원인의 68%를 차지한다고 하니, 가장 기본적인 교통질서를 지키지 않은 무서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시민의 안전을 담보해 내고, 원할한 교통소통을 이뤄낼수 있을까? 세계의 선진교통도시를 보면 그 방향이 보인다.

연간 1억 명의 관광객이 모이는 파리의 경우 개인이 차량을 소유할 필요가 없을만큼 잘 짜여진 공공교통망을 자랑하고, 바르셀로나 또한 교통수단간 편리한 환승체계가 돋보인다. 암스테르담은 트램노선이 거미줄처럼 얽혀있으면서도 씽씽 달리는 공공자전거와 마찰없이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러한 외양적 모습보다도 관심을 끄는 것은 `우리`라는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고, 이를 당연시하는 그들의 질서의식이다. 즉 공익을 추구하며 여러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공공성(公共性)`을 최우선의 가치로 둔다는 점이다. 홍콩과 도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며 이는 곧 신뢰, 소통, 공유, 배려, 협력을 핵심가치로 하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과도 연결되어 `건강한 사회`의 토양이 된다.

필자가 일찍이 대중교통을 `공공교통`이라 부르고, 택시와 공영자전거도 공공교통의 영역에 포함시키자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교통은 도로, 철도, 의료, 교육과 같이 국가나 지방정부의 역할이 강조되며 모든 개인, 즉 우리가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재(公共財)의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이제 해법은 나와 있다. 공공성이 강화된 공공교통정책 도입의 장점이자 필요성은 우리 대전 교통이 나아갈 방향, 지향점과도 일치한다. 개인교통과 대비되는 공공교통에 대한 정책적 우선순위를 높혀 △공공성에 대한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시민의식의 확산 △공공교통수단 전반의 대시민 서비스 향상 △인프라 확충을 통한 이용 접근성 및 편리성 증대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핵심주체는 당연히 시민이다. 미래학자인 최은수 박사는 `명품도시의 탄생`이란 저서를 통해 "일류도시의 핵심요소 중 하나는 법과 질서가 존중되는 품격사회"라면서 "명품도시는 질서와 문화, 그리고 환경이 어우러진 품격이 지배하고 그 본체이자 원동력은 시민의 힘"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함께해야 한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고, 꿀벌보다 지혜로운` 그러한 상식과 품격의 교통문화도시, 대한민국 공공교통의 롤모델도시 대전을 함께 그려보자. 150만 시민의 공감속에서 말이다.양승찬 대전시 교통건설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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