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글로벌 증시는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미국 기업에 대한 부당한 기술 이전 요구 및 지적 재산권 침해 등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빌미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대규모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는 내용이 나오면서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다. 또한, 중국 역시 이에 지지 않고 미국 국채를 매도함으로써 금융시장이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증시에 공포심리를 유발했다.

우선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구호 아래 자국 산업을 보호하면서 교역국들과 무역전쟁을 유발할 수 있는 공격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 트럼프 입장에서 보면 이와 같은 조치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지지율이 민주당에 뒤처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효과를 노린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공화당 지지자들 중에는 보호무역에 대한 찬성론자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심화된 시점부터 공화당 지지율은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본인이 의도한 효과가 확인된 상황에 중간선거가 끝나기 전까지 공화당 지지자들의 결집이 필요한 트럼프 입장에서는 보호무역 관련 이슈를 지속적으로 생산해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이번 트럼프 행정명령의 주요 타깃은 중국 IT 산업이라고 판단되는데, 실제 관세 부과 대상 제품에 하이테크 제품이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발표된 바 있다. 그런데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 이슈가 단순히 `G2`라고 불리는 미국과 중국과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IT기업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중국 대상 수출 비중에는 중간재인 부품 수출이 45%에 달하고, 주요 수출품목은 반도체(28%), 디스플레이(10%)가 1,2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미국향 수출이 악화될 경우 관련 한국 기업들의 피해 역시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무역전쟁 우려가 단기적인 전면전으로 갈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 까닭은 우선 미국은 중국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국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싸움에서 중국이 불리한 상황이고 맞대응했다고 하나 미국의 500억 달러 수준의 관세 부과에 비해 규모적으로 약한 30억 달러 수준의 관세 보복을 예고하는 등 규모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전인대에서 리커창 총리는 제조업을 전면 개방하고, 기술이전을 강요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 지적재산권도 엄격히 보호할 것 등 미국 정부 요구에 부합하는 정책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현재 두 국가는 공개적 갈등과 동시에 협상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갈등 해소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고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협상의 결과인지 지난달 29일 미국 무역대표부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중국에 대한 관세 폭탄 계획을 예정된 4월에서 6월로 유예시키며 타협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의중을 보이기도 했다.

추가적으로 트럼프는 자국 내 일자리를 늘리고 대외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려 한다고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크게 줄일 동기가 강하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경상수지가 적자일 경우 대외부채와 이자 부담이 문제가 될 수 있으나 지금과 같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굳이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무리해서 경상수지 적자와 대외부채를 줄이려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트럼프는 본인과 관련된 러시아 스캔들 등 중간선거 전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많은 변수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보호 무역과 관련된 뉴스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실제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상황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각국 주식시장이 일정 수준 이상의 상승후 변동성이 커져있는 상황에서 특정 섹터들의 고평가 논란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고, 앞으로 등장할 관세와 무역에 관련된 이슈들과 연관된 이해관계에 따라 철강, 자동차, 반도체 섹터 등은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저평가된 가치주, 실적 성장이 뒷받침되는 실적주, 고배당주 위주의 리스크 관리를 위한 선별적 투자전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한다.

이택렬 KB증권 대전지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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