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흐르는그곳] 30. '새로운 부' 천안 신부동

신세계백화점 충청점 조각광장의 야경 모습. 사진=아라리오 제공
신세계백화점 충청점 조각광장의 야경 모습. 사진=아라리오 제공
봄은 `간지럼`이다. 봄 햇살은 두터운 외투를 벗어버리라 유혹한다. 의자에 붙박힌 엉덩이를 곧추 세워 외출을 재촉한다. 어느 새 당도한 봄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추억과 예술, 먹을거리가 공존한 천안시 신부동 일대가 1순위이다. 신부동의 한자 이름은 `새로운 부`(新富)이다. 이름의 예지력처럼 신부동은 1989년 천안버스종합터미널 이전으로 새로운 부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현재도 부의 전당인 신세계백화점 충청점이 위치하고 충청권 최대 규모의 멀티플랙스 영화관인 `야우리시네마`에서는 날마다 꿈의 향연이 펼쳐진다. 신세계백화점 충청점 맞은편 신부문화거리상점가는 골목마다 이색 먹을거리가 즐비하다.

서설은 이쯤하고 신부동 나들이를 떠날 때 출발지는 천안평화공원이 적격이다. 최루탄 연기가 매캐했던 1980년대 중·후반과 1990년대까지 지금의 신부동 신세계백화점 충청점 앞 조각광장과 도로는 집회와 시위의 단골장소였다. 대학생이나 노동자들이 천안역 광장에 집결해 신부동 천안버스종합터미널 앞까지 거리행진하며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그 시절 익숙한 풍경이었다. 그때의 추억을 떠 올릴 수 있는 기념물을 천안평화공원에서 발견할 수 있다.

천안평화공원의 정식 명칭은 신부공원이다. 천안의 관문인 천안버스종합터미널 건너편 동남구 신부동 815 일원이 신부공원이다. 신부공원의 명칭 변경은 평화의 소녀상이 단초가 됐다. 천안시민 1200여 명, 170여 개 단체, 40여 개 학교가 참여해 2015년 12월 신부공원에 `천안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하면서부터 사람들은 신부공원을 천안평화공원으로 불렀다. 천안평화공원은 2016년 11월 천안 평화의 소녀상 주변에 임종국 선생 조형물이 건립돼 유명세를 더했다. 임종국 선생은 평생을 친일반민족행위자 규명에 바쳤다. 천안에서 저술활동을 하고 사후에 천안시 광덕면 천안공원묘원에 안장됐다. 천안평화공원에는 6월 민주항쟁 30주년인 지난해 여름 `6월 민주항쟁 30주년 표석`이 추가됐다. 평화의 소녀상에서 임종국 선생 조형물, 6월 민주항쟁 30주년 표석을 둘러보는 것 만으로도 산 역사교육이 된다.

천안평화공원에서 옷깃을 여민 뒤에는 횡단보도를 지나 예술작품과 만나보자. 신세계백화점 충청점 일대의 조각광장은 세계적인 명소이다. 천안의 향토기업인 (주)아라리오가 조성한 조각광장의 랜드마크는 누가 뭐라든 `수백만 마일-머나먼 여정`이다. `수백만 마일`은 아르망 페르난데스가 999개의 폐 차축을 쌓아 올려 만든 작품이다. 천안터미널에서 첫 사업을 시작한 (주)아라리오의 정체성을 상징한 `수백만 마일`은 1989년부터 줄곧 천안의 얼굴이 됐다. 데미안 허스트의 `찬가`(Hymm)는 `수백만 마일`과 함께 조각광장의 대표 선수이다.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의 초입에 세워진 `찬가`는 어린이용 해부학세트 모형을 확대한 작품으로 죽음을 망각한 채 살아가는 현대인을 은유한다.

조각광장에는 데미안 허스트의 또 다른 작품으로 1950년대 영국에서 실제로 쓰였던 모금함을 확대한 `채러티`(Charity)도 있다. 예술의 대중화를 이끌어 낸 선구자 키스 해링의 `줄리아`(Julia), 인도가정에서 흔히 쓰이는 수천 개의 헌 놋그릇으로 핵폭탄의 위력을 상징하는 버섯구름을 형상화한 수보드 굽타의 `통제선`(Line of Control)도 조각광장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명작이다. 2013년 6월에 설치된 일본 작가 코헤이 나와의 `매니폴드(Manifold)`는 높이 15m, 무게 약 27톤으로 설치부터 제작까지 무려 3년의 시간이 걸렸다.

감상 리스트에 한국인 예술가의 작품도 빼 놓을 수 없다. 백색의 부드러운 윤곽선을 지닌 김인배의 조각상 `사랑해`(I LOVE YOU)는 조각과 드로잉의 경계를 허문 색다른 감흥을 선사한다. 작가명 씨 킴(CI Kim)으로 활동하는 아라리오 김창일 회장의 작품 `Image 2`는 일상의 오브제를 확대해 사람들의 꿈과 욕망을 이야기한다. 28점의 작품이 전시된 조각광장 주변에 지난해 새로운 명물도 등장했다. 지난해 설치된 고속버스터미널 시내버스 승강장은 빨간색의 원색에 강렬한 콘크리트 구조로 눈길을 끈다. 천안시가 색다른 도시미관 조성을 위해 민간기업과 손잡고 설치한 `도시오브제 승강장 1호`이다.

예술작품이 된 시내버스 승강장에서 잠시 땀을 식힌 뒤 출출한 허기를 달래보자. 신세계백화점 충청점의 도로 건너편은 445개 상가가 밀집해 있다. 두정, 백석, 불당에도 상점가가 형성됐지만 풍부함에서 신부문화거리 상점가는 뒤쳐지지 않는다. 칼국수 전문점 `옥수사`, 손만두 맛집 `안골식당`, 닭볶음탕 명가 `목연식당` 등이 신부문화거리상점가의 터줏대감이다. 안골식당 골목 앞에는 벽화거리도 조성됐다. 신부문화거리의 복판에 위치한 신부문화공원에서는 볕 좋은 날 우연히 젊은 뮤지션들의 버스킹 공연도 만날 수 있다. 신부문화거리상점가는 옷가게 등 쇼핑처와 이색 카페, 중고서적 책방 등 알차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들이 빼곡하다.

천안평화공원에서 시작해 조각광장을 거쳐 신부문화거리상점가까지 오늘의 짧은 봄 여행은 사랑 나눔으로 마무리하자. 신부문화거리상점가에는 천안평화공원과 조각광장이 한 눈에 보이는 위치에 `헌혈의집 천안센터`가 있다. 천안시 동남구 만남로 52 문타워 6층에 자리한 천안센터에서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시민 누구나 헌혈할 수 있다. 헌혈의집 천안센터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 연다. 헌혈까지 하고도 시간이 남는다면 천안센터에서 헌혈자에게 선물한 영화상품권으로 야우리시네마에서 최신영화 관람을 강추.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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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 충청점 조각광장에 있는 김인배의 조각상 `사랑해` 모습. 사진=윤평호 기자
신세계백화점 충청점 조각광장에 있는 김인배의 조각상 `사랑해` 모습. 사진=윤평호 기자
천안고속버스터미널 시내버스 승강장은 독특한 디자인과 소재로 시선을 끈다. 사진=윤평호 기자
천안고속버스터미널 시내버스 승강장은 독특한 디자인과 소재로 시선을 끈다. 사진=윤평호 기자
신부문화거리상점가에는 벽화거리도 있다. 사진=윤평호 기자
신부문화거리상점가에는 벽화거리도 있다. 사진=윤평호 기자
신부문화거리상점가의 복판에 있는 신부문화공원 모습. 사진=윤평호 기자
신부문화거리상점가의 복판에 있는 신부문화공원 모습. 사진=윤평호 기자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의 초입에 설치된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찬가` 모습. 사진=윤평호 기자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의 초입에 설치된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찬가` 모습. 사진=윤평호 기자
신부공원은 천안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진 뒤 `천안평화공원`으로 불린다. 사진=윤평호 기자
신부공원은 천안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진 뒤 `천안평화공원`으로 불린다. 사진=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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