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국가 최고의 호국공원으로 거듭나고 있는 국립대전현충원 주변 도로를 `나라사랑길`로 명명해 추진하고 있다.

나라사랑길이 국가를 위해서 헌신하신 분들이 잠들어 있는 이곳 현충원의 가치를 더욱 발현하고자 하는 점에 동감하면서도 주변에서 나오는 뼈있는 몇 마디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현충원 입구에 대형 아치 구조물이 계획돼 있다는 이야기에 어느 대전의 원로 한 분이 "원도심에 설치된 아치 등 각종 구조물이 현재는 거의 흉물 수준인 점에서 잘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리고 현충원 직원 가운데는 현충원 입구 우측의 아름드리 소나무로 조성된 송림동산이 자칫 청소년 등의 우범지대가 될 우려가 있다고 걱정을 한다.

그간에는 대전광역시에서 추진하는 사업에 개입해 괜히 오해도 받을 성 싶어서 철저히 중립을 지켰지만, 최근의 이 두 마디를 그저 스쳐 지나칠 수 없기에 조금은 관심을 갖고 추진 방안을 검토해 보면서 몇 가지 우려스러운 면이 떠올랐다.

첫째로 나라사랑길이 현충원 앞 현충원로를 중심으로 조성을 하는데 과연 적정한지 그 타당성에도 의문이 든다. 우선 현충원로는 한적한 도로가 아니라 편도 3차선으로 제한속도 70km 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거의 80-90km에 육박할 정도로 고속 주행 간선도로다. 실질적으로 출퇴근 시간대를 제외하고 교통 체증이 거의 없고 삽재고개에서 유성 IC 삼거리까지 신호 연동으로 한 두 번 신호 대기하는 정도다. 도로는 자동차 주행에 중심을 두어야지 그 주변에 무슨 관람 시설을 설치하면 가장 기본이 전방주시의무와는 거리가 있는 방심현상이 나타나서 자칫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

둘째로 현충원로 주변 개발도 거의 마무리되었지만 양쪽 인도에 사람 모습 보기가 쉽지 않다. 간선도로 주변은 소음과 자동차 매연 등 공해로 거닐 정도의 목가적 풍경도 아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하다. 나라사랑길을 만들었다고 하여 없던 사람들이 들끓을 요인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셋째로 현충원 입구에 무슨 대형 아치 구조물이 주요 핵심 사항의 하나같은데, 그것은 더욱 심도 깊은 검토가 필요하다. 이곳 현충원은 입구가 간선도로 바로 옆에 위치해 일단 입구에 들어서야 현충원의 광활한 구조가 펼쳐진다. 직선으로 쭉 뻗은 길에 현충원 정면이 아닌 구조이기에 과연 아치의 효용성이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현충원 앞에 아치 구조물이 설치되면 현충원에서 공주 방향은 오르막 경사면이기에 아치로 인해 양방향에서 시야에 방해가 될 수 있어 교통안전에 악영향의 우려가 있다. 그리고 인공 구조물인 아치가 자연이 숨 쉬는 송림동산으로 연결돼 아름드리 소나무가 몇 그루 없어져 자연을 훼손하고 자칫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넷째로 현실론적으로 언급하자면 나라사랑길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했던 시장이 현재는 공석으로 아무래도 추진 동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새로운 시장이 불과 3개월 후면 선출된다. 그래서인지 근래 이 문제가 그다지 거론되지 않고 또한 시급성을 요하는 것이 아니기에 충분한 검토를 하면서 추진해야 한다.

굳이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면 효율성 측면에서 현재 구상 중인 나라사랑길에 투입할 수백 억 예산 대비 그것의 만 분의 일에 불과한 수백 만원에 불과한 사업이 경우에 따라서는 더 큰 효과가 나올 수 있다. 말로만 국민의 혈세 운운할 것이 아니고 진정 공공기관의 예산이 눈먼 돈이란 오명을 듣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더불어서 현재와 같이 일체형 추진보다는 시범적으로 작은 몇 가지를 추진해 보면서 가시적 성과 여부를 보아서 나아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6년 전에 조성된 4대강의 16개의 보 사업을 일괄해서 하기 보다는 한 두 개 정도 해 보고 했다면 지금같이 끊이지 않는 환경 논란이 훨씬 적었을 것을 보면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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