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은 늘 지식에 굶주려 있었다. 링컨이 기댈 수 있는 것은 책 밖에 없었다. 나무 아래 그늘을 쫓아 하루 종일 독서를 즐겼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주로 읽었으며 책 속에서 많은 지혜와 영감을 얻었다. 링컨은 셰익스피어 연극도 좋아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셰익스피어 전문 연극배우, 부스에게 암살당한다. 그는 남북전쟁에 참전했던 흑인병사들에게 투표권을 주는 문제가 부각되자, 이에 강한 불만을 품고 연극 관람 중이던 링컨을 살해한 것이다.

흑인노예는 가축에 다름 아니었다. 하루 12시간 이상의 고역에 시달렸고, 가족들과 생이별을 해야 했으며 자녀 또한 노예주의 재산으로 취급되어 매매의 대상이 되었다. 누구보다도 노예의 실상을 알고 있었던 링컨은 연방상원의원에 도전장을 낸다. 하지만 노예제 수용여부를 투표를 통해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한다는 `캔자스-네브레스카법`에 문제가 있었다. 링컨이 1차 투표에서 최다투표로 선전했지만, 캔자스 법을 지지하는 막강한 상대 후보가 상원의원이 되는 것을 막아내고, 노예제 확산 반대라는 대의를 위해 후순위 경선주자에게 자리를 양보하게 된다. 연방상원으로 진출하여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했던 링컨의 간절한 소망은 좌절됐지만, 링컨의 통 큰 양보로 훗날 미합중국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로 등극 하는데 강력한 조력자들을 얻게 된다. 링컨은 크게 성공을 거두는 모습보다 어려움을 잘 극복하는 모습에서 주변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링컨은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중앙정치 경력이라곤 연방 하원의원 한 차례 밖에 없었던 관계로 워싱턴 정가에서 특별히 지인이라고 말할 만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도 있었지만, 초대 내각 인선 명단에 대선경선에서 자신과 경합을 벌였던 세 사람, 수어드, 체이스, 베이츠를 올린다. 놀라운 일이었다. 국무장관으로 인선된 수어드는 자신의 방식과 전혀 다른 링컨의 독특한 리더십에 매료되어 임기 내내 동반자로서 혼신의 힘을 다해 링컨을 돕는다. 강경한 노예해방론자인 재무장관 체이스, 법무장관 베이츠와 같이 정치적 개성이 강한 이들을 링컨은 특유의 포용력과 친화력으로 미국역사상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비상한 국정난제들을 함께 풀어나가 절대 불가능해 보였던 노예해방의 길로 들어서게 한다. 문제의 핵심을 꿰뚫어보고 기어코 해법을 찾아내려 했던 링컨의 노력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링컨의 리더십은 억지나 고집스러운 카리스마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항상 좌중을 압도하는 논리와 늘 경청하며 더 나은 길을 모색하고, 뇌를 움직이기보다는 가슴을 끌어당기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통령선거를 한 달여 앞둔 어느 날 꼬마 숙녀로부터 링컨은 한통의 편지를 받는다. "얼굴에 살이 너무 없어요. 턱수염을 기르고 셔츠의 깃을 세워서 입으세요. 멋있어 보일 거예요. 우리 오빠가 지지하도록 만들게요. 그리고 여자들은 턱수염이 있는 남자를 좋아해요." 어린 소녀의 조언까지도 흘려 듣지 않는 링컨의 경청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번외 경기는 관람석에서도 벌어졌다. 개막식에 김여정과 펜스, 폐막식에 이방카와 김영철이 동석하여 `두 시간 동안 고개를 돌리지 않는 경기(?)`를 치렀다. 카메라 앵글엔 시종 어색한 침묵의 장면이 연출되었지만, 이들 사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심판관처럼 때로는 엄중하면서도 시종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덕분에 그 경기를 지켜보는 우리들의 마음도 한결 편안하고 평화로웠다. 남북전쟁을 딛고 강력한 미합중국의 재건을 이룬 개가는 링컨의 포용력과 리더십의 소산이었다. 링컨은 자유의 고향, 억압받는 자들의 피난처, 정의의 중심지, 법 앞에 모든 권리가 동등한 땅, 각 개인은 미천하지만 생명, 자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누리는 나라를 만들고자 하였다. `두 시간 동안 고개를 돌리지 않는 경기`에서 그 인내력은 진정한 메달의 가치에는 못 미쳤다. 노란 메달은 아직 우리 대통령의 수중에 있다. 이 봄에 경기를 치룬 모두에게 `링컨` 읽기를 권한다. 맹주완 아산문화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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