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정농단의 정점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에 벌금 1185억 원을 구형했다. 같은 사건으로 기소된 비선실세 최순실씨 구형량이 25년이었으니 더 무거운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귀결로 보인다. 검찰의 구형량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유화하고 헌법가치를 훼손한 것에 대한 단죄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아무런 권한도 없는 민간인을 곁에 두고 사적 이익을 챙기는 등 국정을 농단한 행위에 대한 단호한 처벌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아울러 다시는 이와 같은 불행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교훈이 담겨있는 것 같다.

박 전 대통령은 민간 기업을 압박해 강제로 출연케 하고, 최씨 딸의 승마 지원비조로 뇌물을 요구하거나 받은 혐의를 중심으로 18개의 혐의를 받고 있다. 추가로 기소된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와 불법 여론조사 등을 포함하면 21개로 늘어난다. 이 가운데 미르재단 등 출연금 강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특가법상 뇌물수수 등 15개 혐의는 최씨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공범들의 재판에서 유죄가 입증된 바 있다. 그럼에도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구속기간 연장 이후 법정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 이상 없는 만큼 향후 재판은 재판부가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대통령을 지낸 이의 자세는 아니다. 어제 결심공판에서도 역시 그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검찰도 지적했듯 그의 이런 불성실한 태도는 구형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은 아직 선고절차 등이 남아 있지만 최씨 사례에서 보듯 중형을 피할 길은 없어 보인다. 상황을 반전시킬 요소 또한 마땅치 않거니와 여론 또한 냉랭하다. 박 전 대통령으로선 이미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마당에 더 이상 잃을 것은 없다. 그렇다면 지금 자신이 처한 현실을 인정하고 역사와 국민 앞에 속죄해야 한다. 그것이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마지막 책무이자 도리이기도 하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