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루가 짧다는 말들을 주변에서 많이 한다. 이들은 많은 시간을 일하는데 할애한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가별 노동시간 순위에서 한국은 매년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는 점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같은 국제기구인 OECD에서 발표한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꼴지 수준이란다. 성과 없는 일을 하는데 많이 시간을 쏟고 있다는 말이다.

이유는 다양할 수 있으나 한국사회의 목표지향성(Goal Orientation)에 그 원인이 있어 보인다. 최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많이 나온다. 이러한 새로운 변화에 대응이 늦으면, 뒤쳐질 것이란 불안감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이러한 불안감은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나타날 위험을 두려워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사회적으로 이러한 이슈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가 더욱 중요하다. 4차 산업 대응이란 목표만 제시되고, 방법 등 그 대응 과정에 대한 합의가 생략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를 경쟁이 치열한 사회로 묘사하는 것도 이러한 목표지향성 때문이다. 목표에 도달치 못하면 낙오자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변화의 흐름 자체를 관망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많은 시간을 쏟고, 방향성 없이 일만 한다고 그 변화에 적절한 대처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필자가 연구하는 해운업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응이 이슈이다. 자율운항선박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해운기업인 머스크(Maersk)의 CEO는 `자신의 세대에서는 자율운항선박은 효율성의 원동력이 되지 않을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해도 급작스럽게 올 변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어떤 시점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모색하는 것이다.

또 다른 사례가 GM자동차 공장 폐쇄 계획이다. 한국은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 외국인투자유치 정책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월드뱅크(The World Bank)가 발표하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Ease of Doing Business)`2017년 랭킹에서 한국은 뉴질랜드, 싱가포르, 덴마크 다음으로 세계 4위를 차지했다. 세계 기업들이 활동하기 좋은 나라인 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소위 글로벌화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GM이 공장을 폐쇄하면, 이들이 기여한 것보다 많은 것을 잃을 수 있게 된 점이다. 중요한 것은 글로벌화나 외국인투자유치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게 하는 이유가 중요하다. 결국 외국인투자유치나 글로벌화 정책은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국민들의 경제활동을 용이하게 함이다.

이러한 문제는 직장 내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직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노동력이 사용된다. 그러나 직장 목표에 대해 노동자들이 동의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매우 다르다. 아마도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이 낮은 이유는 다양할 수 있으나 목표지향적인 개인과 기업이 모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개인도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 다른 부분을 다 희생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개인 전체 삶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듯 목표는 그 과정이 선(善)해야 한다. 국가는 추진하는 정책의 과정이 합당하고, 그 성과가 국민의 생활에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직장의 생산 목표는 그 달성과정이 민주적이어야 하고, 그 성과가 근로자의 성과나 근로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 개인의 목표도 그 과정이 선하지 않으면, 이는 목표달성 여부를 떠나 환영받지 못한다. 목표보다 그 과정이 중요한 이유다.

OECD는 다른 통계도 소개한다. 자살률, 노인비율, 가계부채 증가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통계에서 우리나라는 그리 좋은 점수를 받고 있지 않다. 가장 많은 시간을 일하면서 생산성은 떨어지는데 행복 또한 찾지 못하는 지경이다. 단숨에 많은 것을 바꿀 수는 없다. 국가나 직장이 목표에만 매몰되어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모르고 `앞으로`만 외치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이를 바꾸어야 한다. 김태일 KMI 해운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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