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허생의 비범함을 알게된 조정의 실력자가 그를 찾아와 벼슬길에 오르길 청했다. 허생은 나라를 부강하게 할 3가지 계책을 말하지만 실력자는 예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두 고개를 젓고 만다. 허생은 허례허식을 신랄하게 비판하고는 사라져 버린다.
매년 차례상 차리는 비용에 대한 뉴스가 나온다. 돈도 부담이지만 차례상을 차리는 과정에서 `명절증후군` 따위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가족간 갈등도 생긴다. 차례(茶禮)는 글자 그대로 차를 올리는 예다. 사전에도 매월 음력 초하루·보름, 조상의 생일, 명절 등에 간단히 지내는 제사로 돼 있다. 제사와 차례의 가장 큰 의미는 조상을 기억하고 가족간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다. 조율이시(대추, 밤, 배, 감)니 좌포우혜(왼쪽에 포, 오른쪽에 식혜)니 하는 제례법은 이 같은 마음 뒤에 부차적으로 따라 생겼다. 굳이 대추, 밤, 배, 감을 고집할 필요도 없다. 이들 과일은 단지 오래 보관할 수 있어 제수용품이 된 측면이 있다. 예법이 생길 당시 바나나가 있었다면 당연히 젯상에 올라갔을 터이다. 더구나 전류, 육전, 어전은 생략해도 예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한다. 농경사회 대가족제가 핵가족화 한 만큼 전통적 의미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차례상을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제사가 조상을 기억하고 가장 좋은 음식을 차려 가족과 나누어 먹으며 즐기는 일종의 축제가 되길 바란다.
이용민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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