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제99주년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건만 유관순 열사의 서훈이 3등급에 머물고 있는 건 잘못된 일이다. 1962년 독립유공자의 훈격이 결정된 이래 상향 필요성이 여러 차례 제기됐음에도 56년째 달라진 건 없다. 서훈 등급 결정 당시 유 열사는 건국훈장 독립장(3등급)을 받은 823명 중 한 명으로 폄하됐다. 이후 승급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는 사이 고교 역사교과서 8종 중 본문에 유 열사의 행적을 제대로 수록한 게 1종 밖에 없을 정도로 관심에서 멀어졌다. 훈격이 낮다는 이유로 예우를 받지 못하다가 빗발치는 여론에 떠밀려 2015년이 돼서야 추모제 때 대통령 헌화를 받았다.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은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위인의 공적에 대한 재심의를 통해 훈격 조정을 가능하도록 하는 걸 골자로 한 손인춘 전 새누리당 의원의 `상훈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본회의 문턱을 못 넘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충남 아산 갑)은 "친일행위를 한 자들도 유 열사보다 높은 등급을 받은 자들이 있다"라며 시정을 요구했건만 고쳐지지 않고 있다. 천안시민들이 중심이 된 유 열사 서훈 상향조정을 위한 상훈법 개정 촉구 서명운동에도 정부는 나 모르겠다는 식이다.

유 열사는 아우내 장터 만세 운동을 평화적으로 이끌어 전 세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나라에 바칠 목숨이 하나밖에 없는 것만이 이 소녀의 유일한 슬픔`이라는 유언을 남긴 채 끝내 순국했다. 유 열사 홀대는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 취지와도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이다. 위원회 결정을 바탕으로 최근까지 친일반민족행위자 20명의 서훈 박탈을 모두 마무리한 만큼 유 열사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뒤늦게나마 이뤄져야 마땅하다. 유 열사의 법률상 서훈등급과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위상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정부는 적폐 청산 차원에서라도 적극 바로잡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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