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가 뭔지 알아요? `This is Me` 에요.", "그래? 그 노래가 어떤 노래였지?", "나랑 같이 극장에서 봤잖아요. The Greatest Showman! 거기 나왔던 노래인데 이모는 기억 안나요?", "아, 그렇구나. 그런데 `This is Me`가 왜 제일 좋은데?", "거기 나오는 노래 다 좋은데, `This is me`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노래 부르는 아줌마 목소리도 너무 좋고, 춤도 신나요."

지난 크리스마스 때 온 가족이 "The Greatest Showman"이라는 영화를 보러 갔었다. 여섯 살인 Skylar가 영화를 끝까지 잘 볼 수 있을까 걱정을 했었지만, Skylar는 영화에 푹 빠져서 끝까지 봤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이후 지금까지 YouTube를 통해, 수도 없이 `위대한 쇼맨`의 OST를 찾아 보고 있으며, 어느새 대부분의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고, 춤까지 혼자 연습해서 추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Skylar는 진정 푹 빠져 있었다. 물론 Skylar는 어려서부터 홈스쿨링을 통해 꾸준히 영어를 습득하고 있는 아이다. 그렇다고 위대한 쇼맨에 나오는 모든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의 영어실력은 아니다. 하지만 Skylar에게는 노래 가사 하나 하나 해석도 필요 없고, 어떤 발음으로 읽어야 할지도 중요하지 않다. 영화를 보면서 받았던 그 느낌이 그대로 정확한 의미로 전달되어 있었고,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발음과 마디 마디 풍부한 감정표현으로 전 곡을 부르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어른인 Skylar 맘은 아이와 함께 불러보려고 가사를 다운 받아 외우려고 노력했지만, 잘 외워지지 않는다고 했다. 나 또한 마찬가지고, 대부분의 어른이 똑 같은 경험을 할 것이다. 노래를 부르면서 자꾸 글자문장이 생각나고, 발음이 신경 쓰이니, 노래의 흐름이 끊기기 십상이다. 물론 무엇보다도 Skylar처럼 사랑에 푹 빠져있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이모, 내년에 학교에 가면 스키 배울 거에요. 좀 무섭고 걱정이 되는데 용기를 낼 거에요.", "그래? 좋은 생각이네. 무엇이든 용감하게 해보는 것은 아주 좋은 생각이거든.", "Yes! I`m brave. I`m bruised. I am who I`m meant to be. This is me." 갑자기 대화 도중 노래의 저 대목을 부르면서 "I`m brave."라고 말하는 것이다. 아주 정확하게 상황에 맞는 표현으로 연계하여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Skylar가 너무 대견해서 한참을 안아주었다.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는 이토록 어른의 상상과 기대를 초월한 집중력과 능력을 보여준다. `영재(gifted kid)`는 IQ가 좋은 아이, 두뇌발달이 뛰어난 아이가 아니라, 일찍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그 일에 집중하여, 자신의 잠재력을 극대화시킨 아이가 `그 분야의 영재`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아이의 잠재력의 발화는 비단 Skylar에게만, 아니면 특정한 아이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거의 모든 아이에게 일어나고, 또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학부모, 특히 아이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며 소통하는 엄마가 기억했으면 좋겠다.

아이에 대한 `관찰`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이 다시금 강조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많은 부모가 `관찰(observation)`을 `감시`와 혼돈하며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학부모 자신이 정해 놓은 길에 아이가 잘 따라오는지 감시하는 것은 관찰이 아니다. 아이의 영재성은 어느 분야에서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나오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아이가 많은 경험과 생각을 해볼 수 있도록 부모 스스로 열린 사고로 아이와 끊임없이 건강한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서 찾아지는 아이의 흥미, 집중하는 부분이 관찰되면, 그 다음 부모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아이가 그 일에 몰입하며 자신의 잠재력을 한껏 끌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부모의 이런 기본적인 마음 자세는 분명 우리 아이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Skylar 아빠는 OST를 다운받아 차 오디오에 담아 놓아 차를 타면 언제든지 들을 수 있게 해주었고, Skylar가 좋아하는 앤 휠러 역의 상태역인 필립 칼라일 역할을 해주기 위해 수시로 연습하면서 퇴근 후 Skylar와 놀아주고 있다. Skylar 엄마는 앤 휠러의 옷과 비슷한 보라색 옷을 직접 만들어 주기 위해 틈나는 데로 재봉틀을 돌리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Skylar는 또 다른 것에 흥미를 갖고 그 곳에 몰입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에 몰입해서 마음껏 자신을 표현해 봤던 경험은 아이가 또 다른 새로운 세상을 받아들이는 데 유연성과 포용력, 그리고 당당함을 주게 될 것이다.

유아영어교육전문가 Susan Hong(수잔쌤 홍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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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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