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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프리즘] 역사로부터 배우는 도시 혁신의 세 가지 조건

2018-02-07 기사
편집 2018-02-07 08: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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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21세기는 도시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인 시대라고 말한다. 통계를 확인하면 빈 말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UN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72억 명의 인구 중 39억 명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2050년 세계 인구 96억 명 중 약 2/3인 63억 명이 도시에 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5년 현재 약 92%에 달하는 도시화율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도시화율이 높은 나라 중 하나이다. 특히 인구 10만 이상의 도시에서 국가 GDP의 90% 이상이 창출되고 있다. 즉, 대한민국은 도시 경제에 따라 국가 경제가 좌우된다고 말할 수 있으며, 결국 우리는 도시가 어떤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가에 따라 국가의 미래가 판가름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가의 미래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 도시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는가. 그 해답은 그간 역사 속에서 시대적으로 세계를 대표했던 몇몇 도시들, 즉 16세기의 피렌체와 17세기의 암스테르담, 18~19세기의 파리가 갖고 있었던 몇 가지 공통점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먼저 이 도시들은 시대를 앞서가는 새로운 사상과 실험정신으로 무장된 창의적 인재들이 집적하는 곳이었다. 동서무역의 거점도시로서 유럽의 부(富)가 집중했던 16세기 피렌체에서는 창의적 인간의 표상으로 일컬어지는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로 대표되는 예술가들이 르네상스로 대표되는 인문주의적 문예부흥을 선도하고, 갈릴레오와 브루넬리스키 등 과학자들이 과학·건축기술의 혁명적 발전을 이끌었다. 18-19세기 계몽주의의 수도와 예술가들의 성지였던 파리에서는 루소, 파스칼 등 학자들이 근대 철학·과학 발전의 기틀을 다졌고 위고, 스탕달, 세잔, 고흐 등 예술가들이 문학의 황금기를 열었을 뿐 아니라 인상주의를 탄생시켰다.

또한 이 도시들은 창의적 인재들이 혁신적 사상과 성취를 실험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경제·산업적 지원 기반과 거점공간들을 갖추고 있었다. 동양과의 무역활동으로 다수의 중산층에게 막대한 부가 축적되었던 17세기 암스테르담은 주식시장을 탄생시켜 실용적 수학·과학기술을 실험하고 금융·무역산업을 발전시켰다. 또한 증권거래소 등을 중심으로 렘브란트 같은 화가들과 아트딜러간 '신속 작품 생산-보급체계'(Process Innovation)를 형성하여 미술산업을 발전시켰다. 18-19세기 파리는 국가 지원으로 마련한 자연사박물관과 에꼴 폴리테끄니크 등 과학 거점공간 및 대학을 중심으로 수학·물리·화학·통계 분야의 비약적 발전을 이루어 냈다.

마지막으로 이 도시들에는 창의적 인재들이 서로 교류하며 사회·문화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공공간들이 풍부하게 갖춰져 있었다. 16세기 피렌체에서는 시뇨리아·산마르코 광장을 중심으로 최고 수준의 예술작품들과 문화적 축제를 예술가들과 시민이 함께 향유할 수 있었다. 발터 벤야민이 "19세기의 수도"라 명명한 파리에서는 거리 곳곳에 위치한 살롱과 카페를 중심으로 프랭클린 등 과학자, 볼테르와 몬드리안 등 철학·예술가들이 서로 교류하면서, 각 분야의 새로운 생각들을 융합하여 근대를 혁신했던 수 많은 발견과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21세기의 대한민국은 저성장과 국가 경쟁력 침체라는 상황에 놓여 있다. 선진국 진입을 목전에 준 상황에서 현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서는 그간의 개발연대식 대형 산업 육성이나 대규모 인프라 투자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국가 경쟁력의 근본적 토대 강화와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도시 혁신을 새로운 핵심 전략으로 주목해야 한다. 사회 곳곳에 숨겨진 창의적 인재들을 발굴·육성하고, 이들이 새로운 생각을 발전시키고 실험할 수 있는 거점공간을 마련하며, 서로 모여 교류하고 새로운 경제·사회·문화적 가치를 발현할 수 있는 공공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유기적 도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도시 혁신의 조건이다. 서민호 국토연구원 도시재생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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