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는 왕이 남루한 복장을 하고 민가를 돌아다니며 백성들의 고충과 민심을 직접 파악하곤 했다. 이를 미행(미복잠행(微服潛行)을 줄인 말)이라고 한다. 왕이 백성들의 민심을 살피는 것은 성군이 되기 위한 하나의 덕목이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민심을 살피는 좀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는데 바로 `여론조사`다.

고고학에서 현생인류를 `호모 사피엔스`라고 하는데 오늘날에는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시공간의 제약 없이 언제나 소통할 수 있고 정보전달이 빨라져 정보격차가 해소되는 등 한시도 스마트폰 없이 생활하는 것이 힘들어지는 요즘 사람을 일컬어 `포노 사피엔스`라고도 한다. 전국민의 필수품화 되버린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공직자 선호도, 정책, 공약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여론조사가 가능한 시대다.

선거때나 선거가 없는 시기에도 보통 정당이나 정치인은 자신들의 정책이나 지지도를 알아보기 위해서 여론조사를 한다. 이를 통해 정책수정을 하거나 선거에서의 승리여부에 대하여 어느정도 예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여론은 매우 유동적이고 조사 방법·시기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따라서 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고 조사결과가 정말로 민심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정치인들은 정치적 결단이나 정책 등을 주장할 때 유리하게 조사된 여론조사 결과를 가지고 대다수 국민의 의사가 아님에도 `국민의 뜻`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유권자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결과가 공표·보도되는 것은 조사방법에서 유선전화와 무선전화의 비율이나 조사 시간대, 질문순서 배열, 응답항목을 어떻게 구성하는지 등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조사 결과가 유·불리하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확한 여론조사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경험과 전문성이 필요함에도 선거가 임박한시기에 경험이 부족하거나 편파적인 여론조사 또는 다른 목적을 가지고 단기적 형태인 소위 `떴다방` 여론조사 업체가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날림 여론조사는 선거에 대한 여론을 왜곡하는 것은 물론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방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014년부터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선거여론조사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일정한 기준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다.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는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선거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조사결과만 공표할 수 있다. 여론조사를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거나 선거운동 수단으로 삼기 위하여 경력이나 업적을 다수 포함하여 반복적으로 질문하거나 다른 후보자에게는 부정적 어휘를 사용하여 여론조사가 왜곡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여론조사를 통해 부족한 점이 무엇이고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파악하여 선거전략 수립의 과정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론조사 결과가 높게 나왔다고 그 것이 곧바로 당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유권자들은 선거여론조사에 솔직해야 한다. 전화를 착신 전환하여 중복 응답하거나 연령을 속여서 응답하는 행위는 왜곡된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공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여 사실과 다른 내용을 유포할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 현명한 유권자라면 여론조사는 항상 오차가 있음을 감안하여야 한다.

단편적인 여론조사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여론의 흐름을 고려하여 후보자를 선택하는 참고 자료로만 활용하여야 한다. 여론조사 결과가 곧 선거의 결과가 아니라, 단지 조사 시점의 여론을 흐름 알려주는 것이고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후보자의 선거캠프에서는 수시로 여론조사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유권자들은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여론조사 전화에 짜증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선거여론조사로 인한 역효과가 없도록 정당·후보자·유권자 모두 성숙한 민주시민의식이 필요한때다. 변해섭 대전시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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