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누구와 함께 하고 계십니까?" 얼마 전 성당 미사 시간에 들은 신부님의 말이다. 신과 함께 하는 신앙인으로서, 동반자와 함께하는 부부로써, 또는 이웃과 함께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은, 삶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며 인생의 전부이기도 하다. 월남 패망 이후 1970년대 호주 등으로 새로운 삶을 찾아 타국으로 이민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은 막연한 두려움 속에서도 새 희망을 품고 낯선 땅에 처음 발을 디딜 때, 공항에서 마중 나온 사람에 의해 새로운 직업이 대부분 결정됐다고 한다.

세탁소를 하는 사람이 마중을 나오면 세탁업을, 식당을 하는 사람은 요식업을, 건설업, 청소업 등 누구와 첫 만남을 하느냐에 따라 직업을 결정하게 되고 그에 따라 이민자의 삶은 대부분 결정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일이 그렇듯 건축도 마찬가지이다. 건축을 한다는 것은 보통의 경우라면 일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하는 중대한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자신만의 꿈인 주택을 짓거나, 평생 모은 돈을 가지고 건물을 짓는다고 상상해보자.

늘 건축 속에 살고 있기에 잘 알 것 같지만 막상 닥치니 막막하다. 인터넷과 주변 넘치는 광고 등 정보는 넘쳐나지만 진짜는 많지 않고, 나에게 맞는 알짜배기 정보는 없어 답답하고 알면 알수록 복잡하고 스트레스만 쌓인다. 심지어 가까운 사람과도 분쟁에 휩싸여 사람도 잃는 경우도 있다. 건축을 하겠다는 꿈과 희망이 두려움과 고통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건축의 과정을 잠깐 살펴보면, `건축기획(사전조사 및 검토)-건축 계획 설계 및 실시설계- 건축인·허가-건축시공(착공) 및 건축감리-사용승인(준공)`의 프로세스를 거쳐 건축물을 완성하게 된다.

건축물의 사용 중에도 건축물의 유지관리 및 점검-건축물의 철거 등의 과정을 통해 관리가 필요하며, 이러한 건축물의 탄생과 죽음의 과정을 `건축물의 생애 주기`라고 한다.

특히 `건축기획업무`는 대지를 결정하며, 법규와 사례, 예산, 타당성, 건축주의 성향 등을 분석해 건축의 콘셉트와 프로세스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단계이다. 건축과의 첫 만남이라고 할 만큼 제일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건축과정에서 등한시하거나 무분별한 개발업자나 주위의 비전문가의 정보로 왜곡·각인된다면 다음 단계인 건축설계나 시공 시에도 손을 쓸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울 때가 있다. 마중물이 좋아야 하는 것이다. 건축의 과정은 그 특성상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이뤄가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수록 그 과정을 총괄하는 지휘자가 필요하고 그 생애주기의 거의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건축적, 법적 자격을 갖춘 전문가가 바로 `건축사`이다. 건축물 생애의 의사이자 변호사이자 코디네이터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 시작을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는 자명하다.

"당신은 지금 누구와 함께 하고 계십니까?" 낯선 미지의 땅에 첫발을 딛는 이민자의 눈처럼 당신의 평생의 꿈을 이루어갈 그 첫 만남이 누구인지 찾아보자. 두려움이 아닌 설렘과 희망으로 이야기할 진짜 전문가와 시작하는 것이 좋은 건축을 결정하고 건강한 당신의 삶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하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이상우 건축사사무소 에녹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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