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시작하는 1월이면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새해 인사와 함께 어떤 연구가 유망할지 이야기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이러한 대화 속에서는 주로 우리가 이미 알고 있거나 보아왔던 신기술과 산업이 어떤 모습으로 발전될 것인지를 예상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의 화두는 전기차와 무인차, 인공지능 그리고 4차산업혁명의 모습 등이다. 우리는 미래의 혁신적 모습에 대한 상상에 기꺼이 시간을 할애하지만, 안타깝게도 미래의 모습을 보는 방법에 대해서는 인색한 경향이 있다.

인류의 과학역사는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의 발견으로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2017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중력파의 측정도 인류에게 새로운 관점으로 인간 자신과 우주를 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알려준 사건이었다. 우리는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지만, 이것은 우주에서 날아오는 수많은 정보 중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의 눈은 가시광의 영역만 볼 수 있을 뿐, 볼 수 없는 파장 대역이 훨씬 넓다. 그런데 아주 미세한 파동인 중력파의 측정으로 지금까지 볼 수 없던 세상으로 향하는 새로운 창문을 얻게 된 것이다.

볼 수 없는 것을 보기 위한 과학의 발견은 적외선의 발견부터 본격화됐다고 할 수 있다. 1800년, 영국의 천문학자 월리엄 허셀에 의해서였는데, 1666년 가시광의 영역을 처음 발견한 아이작 뉴튼 이후 144년 뒤의 일이었다. 나아가 1801년, 독일의 전기화학자 요한 리터는 빨간빛 너머에 적외선이 있다면 보랏빛 너머에도 무언가 존재하지 않을까하는 호기심에서 연구를 시작해 자외선을 발견하게 된다. 이후 과학자들은 보다 큰 파장과 작은 파장의 영역으로 감지할 수 있는 파동의 영역을 넓혀 왔다. 적외선을 넘어 전자기파를 발견하며 무선 통신기술을 개발하고, 자외선을 넘어 X선과 감마선을 통해 미세한 세계를 볼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산업을 볼 수 있기 위해서는 이처럼 새로운 영역대의 파장을 가진 파동 역할을 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던 산업은 1666년 뉴튼의 가시광 영역과 같이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영역에 머물러 왔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파장영역에서 미래신산업을 바라봐야 한다. 미래 혁신을 기존의 시각에서만 바라본다면 그것은 현재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예컨대 4차산업혁명이라는 미래를 보기 위해서는 전통적 산업시각의 파장영역을 넘어, 저마다 개성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노동자를 보고, 개별적인 소비자 감정과 같은 비선형적 성향을 감지할 수 있는 파장대역의 시각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생산기술과 산업 구조에 국한된 사고방식과 상상력만으로는 기존의 자동화와 차별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산업노동시장에 대한 기존의 시각 영역도 넘어서야 한다. 일자리는 민간의 영역으로 봐왔지만 세계는 노동시장 조정까지도 국가경영의 영역 안으로 가져오는 모습이다. 또한 좋은 일자리에 대한 인식도 임금의 영역을 넘어 작게는 시간여유, 크게는 개인을 존중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어 기존의 노무관리와 일자리 영역도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보는 것이 중요해졌다.

한국의 미래 먹거리 산업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의 산업구조와 노동구조에 얽매이면 미래를 볼 수 없다. 미래혁신산업과 유망 영역을 보고자 한다면 보이는 영역을 넓혀야 한다. 현재의 제한된 시각 스펙트럼을 넘어, 보다 거시적이거나 미시적인 파장영역을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중력파로 블랙홀을 보듯 말이다.

2017년 중력파 검출로 세상에서 가장 미약한 파동을 잡았다고 애기할 때 세계의 누군가는 이미 중력파 너머의 것을 생각하는 노벨상 후보가 있을지 모른다. 아직 누구도 세상의 끝까지 가보지 않았으므로 어느 누구도 여기가 끝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최현석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청정생산시스템전략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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