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013년 경기창작센터 창작레지던시 입주작가로 머물면서 유독 귀엽게 생긴 믹스견 한 마리를 발견했다. 매년 바뀌는 사람들을 만났다가 헤어지기를 반복하며, 여러 예술가들의 공간을 얼씬거리면 운 좋게 음식을 얻어먹는 모습들. 재수가 좋은 날엔 가보지 못한 장소까지 함께 산책 나가며 이곳 저곳 자유의 냄새를 맡았다. 항상 떠돌이 개로서 보호자 없는 상황을 지켜본 나는, 그 해 가족이 되었고 내게 작업실 밖 세상의 따뜻한 빛을 느끼게 해주었다.

지난 몇 년 간 다양한 지역을 돌아다니며 진행했던 `아트택시프로젝트`의 후속 창작물은 기존의 예술가로서 진행한 아트택시운전사가 아닌 동물의 시각으로 바라본, 우상화 된 현대인의 동굴을 탐색한다. 이것은 한국의 사회적 조건, 역사적 조건 속에 나의 반려견을 매개로 광범위한 사회를 예술의 형태로 시각화하여, 미지의 경험들과 우리를 매개해줄 미디어를 실현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유기견들은 인간에 의한 산업화와 난개발 속에 잘못된 욕망으로 매년 버려지고 있다. 반려인과 비반려인 사이의 사회적 갈등도 좀처럼 풀리지 않는 것이 불행으로, 동물 복지에 대한 규정과 논란의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지금의 인식이라면 유기견들 역시 새 가족을 찾기란 쉽지 않다. 현재의 실태를 파악하고 체계적인 조사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조사를 통한 자료와 근거를 토대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아직은 문화와 교육, 제도가 잘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반인들은 쉽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굴 속 많은 사람들이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지적하면서 `나만의 경쟁력`을 갖춰야만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은 오늘날. 경쟁의 전제를 벗어나 착한 개의 시각으로써 바라본 사회, 정치, 문화적 관점으로 세상 앞으로 나아가 보고자 한다. 예술계와 착한 계(善戒)는 우리와 너무나도 가까이 있고 위험하지도 않다. 지난 9년간 한국은 동굴 안의 어둠에 익숙해져 있었다. 이제는 동굴 안에 갇혀 있지 않고 밖의 세계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희망의 빛을 밝혀 줄 때이다. 홍원석 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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