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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수의 음악산책] 전통(Tradition)과 유행(Trend)

2018-01-12기사 편집 2018-01-12 00:2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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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조윤수 피아니스트
2011년 초연 때 보았던 뮤지컬 '광화문 연가'를 며칠 전 같은 장소 세종문화회관에서 다시 관람했다.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연말이면 연주되는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이나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처럼, 뮤지컬 '광화문 연가' 역시 해를 거듭하며 무대 위에 올리는 전통(tradition)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IT의 발달로 엄청난 양의 정보를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단 한 개의 전화번호를 외우거나 기억할 필요조차 없는, 급변하는 오늘날에도 우리의 기억 속에 다시 보고, 다시 듣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스쳐 지나는 유행(trend)이 아닌, 영원한 고전(classic)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상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휴대폰과 자동차를 보아도 해마다 스타일과 모양이 점점 더 개량되고 더 많은 기능으로 보완되면서 불과 얼마 전의 최신형은 머잖아 고개를 숙여야 하는 구닥다리가 된다. 미인 대회나 연예인들의 시상식 등을 보면 첨단의 패션과 문화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강렬한 화장과 화려한 드레스가 유행이던 시대의 베스트 드레서는 자연스러운 룩과 미니멀한 의상이 유행인 시대에는 시대에 뒤떨어진 스타일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1920년대의 자동차와 미래의 자동차의 모습을 비교해 보면 고전의 의미를 한 눈에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시대에 따른 어떠한 변형(transformation)에서도 100년이 된 과거의 원형을 떠올릴 수 있음은 이문세의 원곡 '붉은 노을'의 감동이 아이돌 그룹 빅뱅의 리메이크 작이나 뮤지컬 '광화문 연가'의 주요 주제곡에서도 그대로 전달되는 것과 통한다고 생각한다. 세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이 연극에서부터 다양한 시대를 거쳐 새롭게 탄생한 발레나 영화까지, 한 때 잠시 스쳐 간 유행이 아닌 몇 백 년의 세월을 초월할 수 있는 고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가 아닐까.

유행을 지나 전통과 고전을 좌우하는 것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공감이다. 지나가는 순간의 감각적인 것보다는 인간의 모든 감정들을 포용할 수 있는 공감대를 갖춘 예술 작품, 생활용품, 또는 과학과 기술은 사라지지 않고 시대에 맞게 조금씩 변형된 형태로, 전통처럼 유지되고 소중히 간직된다. 20세기 초 잠시 유행했던 추상 예술이 오래 지속되지 못했던 이유는 바로 모든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공감대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전 세계가 동시에 지켜보았던 베를린 벽이 무너지던 때,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했던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 중 '환의의 송가'는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공감할 수 있었던 가슴 벅차고 잊지 못 할 역사적 순간이었다.

다시 보고 싶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들, 추억의 발자취가 되어 줄 수 있는 작품들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불멸의 전통이 되는 고전이다. 조윤수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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