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했다. 그는 어제 신년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투표를 하려면 3월 중에는 개헌안이 발의돼야 하고, 국회는 2월 말까지 합의해야 할 것이라며 일정까지 제시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개헌안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정부가 개헌안 발의를 준비할 뜻도 내비쳤다. 개헌에 대한 여야 이견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은 정치권에 대한 강한 압박으로 들린다. 이로써 연초부터 정국은 개헌정국으로 급격하게 전환되면서 여야 공방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언에서 드러난 문 대통령의 의중은 개헌은 6월에 하되 권력구조는 손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는 권력구조에 대해 개인적 소신으론 4년 중임제를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하면서도 이를 고집하지 않겠다고 했다. 여야 합의가 어려우면 권력구조 개편 논의는 제외한 채 국민의 기본권 확대와 지방분권 강화에 중점을 둔 `최소한의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여야 간 이견이 워낙 크다는 전제가 깔려 있지만 문 대통령의 인식이 여기까지라면 실망스러운 일이다. 문재인 정부 탄생의 기폭제가 된 촛불 민심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적폐와 이로 인한 불행의 역사를 끝내자는 것이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문 대통령이 이를 피하려는 것은 역사적 책임을 망각한 처사나 다름없다. 야당의 반대가 심하다고 할지라도 대화를 통해 설득시켜야 함이 마땅하다.

이제 공은 국회 개헌특위 등 정치권으로 넘어오게 됐다. 지난해 말 국회 개헌특위가 연장됐지만 쟁점 사안에 대한 여야 간극은 여전하다. 국회 주도의 개헌이 어렵다면 정부안에 따른 개헌은 권력구조 개편이 사라진 `반쪽 개헌`이 될 수밖에 없다. 30여년 만에 맞이한 호기를 놓친다면 다시 개헌을 얘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여야는 나라의 미래를 위해 합의에 의한 개헌이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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