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던 2017년, 발표 당시에는 큰 화제와 관심을 받았으나 국가적으로 워낙 큰 이슈가 많았던 한 해였던지라 다른 뉴스로 잠시 잊혀진 국가의 핵심 정책이 있다. 5년간 약 50조 원의 공적재원을 투입해 쇠퇴한 도심과 상권을 되살리고 노후 주거지를 아파트 수준의 편의시설을 갖춘 공동체로 만들겠다는 `도시재생 뉴딜`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12월 14일 몇 개월의 치열한 준비를 끝내고 드디어 뉴딜 사업의 첫 닻이 올려졌다. 올해만 전국 68곳이 선도지역으로 지정돼 노후 주거지 정비나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도심 활성화 사업 등 시범사업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사실 도시재생은 새롭게 시도되는 정책이 아니다.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근 40여 년에 달하는 역사를 갖고 있다. 풀뿌리 주민자치 운동으로 시작된 도시재생은 1980년대 걷고 싶은 거리나 아파트 공동체, 1990년대 마을만들기와 2000년대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등으로 전개돼 왔다. 또한 2013년 도시재생법을 제정한 이후 국가에서 지원하는 46개 도시재생 선도·일반사업 외 다양한 지자체 사업들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도시재생 뉴딜이 새롭게 조명되는 이유는 규모와 사업대상이 과거의 그것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당초 연간 2000여 억 원 남짓이던 공적재정 지원이 앞으로는 국가 기금 및 공기업 투자를 포함해 연간 10조 원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또한 일부 공공기반시설 등에 제한적으로 지원되었던 사업대상을 각종 생활편의시설과 노후 주거지의 주택개량까지 확대했다. 무엇보다 청년·신혼부부·고령자 등 주거취약계층과 영세상인들을 위해 공공임대주택과 공공임대상가를 공급하는 등 둥지 내몰림 방지 대책도 고려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쇠퇴지역이 65.9%에 달하고 대도시의 물리·환경적 노후도가 85%에 이르며 갈수록 양극화되어가는 아파트와 저층·노후주거지 거주민들의 삶의 질 격차를 도시재생 뉴딜이 극복의 돌파구로 역할해 주기를 많은 국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기대만으로는 도시재생 뉴딜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그간 알려진 많은 성공적 도시재생 경험들을 살펴보면 주민의 자발적 노력으로 동네를 살기 좋게 만들고, 지역 주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한 일자리를 공동체의 힘으로 확충해 왔다. 1958년 주민공동체 힘으로 세운 풀무학교를 중심으로 지금까지 80여 개가 넘는 협동조합을 탄생시킨 홍동면 마을공동체는, 주민들이 모은 4억 7000여만 원을 종잣돈으로 마을도서관을 열고, 폐업된 술집을 주민 스스로 출자해 동네마실방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70여 개가 넘는 커뮤니티와 마을협동조합, 자체 학교 운영 및 공동체 주택 공급까지 하고 있는 서울 성미산 마을공동체는 23년 전 주민들의 육아에 대한 고민을 공동체의 힘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에서 시작했다. 이 모두가 주민과 공동체 스스로의 힘으로 동네나 지역에 부족하거나 필요한 시설과 서비스를 함께 찾고 힘을 모아 일궈온 것 들이다.

도시재생 뉴딜은 도시를 둘러싼 다양한 사회적 갈등과 양극화를 해결해 사회통합을 이루고 공동체를 회복한다는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주민과 공동체가 주도하지 않는 도시재생은 지속가능할 수 없으며 사회적 갈등과 양극화를 외면하는 도시재생은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지금 정부는 충분한 예산과 지원으로 국가적 차원의 도시재생을 추진하겠다고 하고 있다. 1960년대의 홍동면이나 1990년대의 성미산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천지가 개벽한 상황이다. 그러나 내가 사는 동네와 지역은 정부의 많은 지원이나 지자체가 주도하는 사업들만으로는 결코 내가 살기 좋아질 수 없다. 내가 관심을 갖고 우리가 함께 머리를 맞대 나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우리 동네와 도시를 살기 좋게 만들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때 나와 우리가 체감할 수 있는 도시재생이 실현될 수 있다. 도시재생 뉴딜은 이제 막 닻을 올렸다. 이제 나와 우리, 주민 스스로의 힘으로 노를 저어갈 때이다. 서민호 국토연구원 도시재생연구센터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