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안치득 방송미디어연구소장
ETRI 안치득 방송미디어연구소장
우리나라 한국은행과 비슷하지만 민간은행인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위원장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이 "금융(경제) 문맹은 자본주의 사회가 낳은 21세기형 문맹이고, 문맹보다 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한바 있다. 더불어 "강력하고 효율적인 금융(경제) 교육이야말로 사회적으로 경제 체질을 강화하고 개인적으로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 근본적인 수단이 된다"고 설명한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화폐(통화, 돈)가 있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우리나라의 원화 말고도 달러화, 엔화, 유로화, 위안화 등 뉴스에서 익히 들어서 익숙한 외국화폐도 많이 있다. 국제간 거래에서 화폐는 일종의 상품처럼 거래된다. 다만 국제시장에서 각 나라의 화폐가치가 다르게 취급되기 때문에 `기축통화`가 존재한다. 기축통화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화폐이다. 국제적으로 힘센 강대국들의 돈이다. 이로 인해 외국에 나가 환전할 때 원화에서 달러로 그리고 다시 현지 화폐로 환전해야 하는 번거로운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인간이 공동체를 이루고 모여 살면서 경제와 돈은 우리의 기본 문제가 됐다. 삶의 기본이 되는 의식주의 해결이외에도 교육, 의료 등에 많은 돈이 지출된다. 의식주 해결에 필요한 최소한 비용이 최저생계비이며, 교육은 젊은 세대에게 그리고 의료는 고령세대에게 필수적 요소이다. 돈이 없으면 생활이 너무 불편하기 때문에 너도 나도 돈을 벌기 위해 각자의 방법으로 노력을 한다.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경제적으로 아무런 어려움이 없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을 갖고 있을 것이다.

누구나 많은 돈을 벌어 부자가 되길 희망하지만 유감인 것은 자본주의에서 모두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사실이다. 부자에 대한 정의는 어떤 사회나 개인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자신 노력에 의해 쌓아 올린 소득자산으로 살 수 있느냐 여부가 기준이 될 것이다. 소득자산은 일상의 직업으로부터 얻는 것을 포함해 근로소득,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기타 자본 소득 등을 망라한다. 어떤 사람이 자본소득으로 매월 100만 원을 받는 다면 본인 이름의 정기예금으로 4억 원(연이자율 3%)을 갖고 있는 효과와 같다. 따라서 자신이 얼마나 많이 버느냐가 중요하겠지만 추가적인 소득자산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국가사회적인 시스템도 매우 중요하다.

모든 소득을 개인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은 태생부터 차별이 있을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적절하지 않다. 요즈음 많은 젊은이들이 혼인을 미루거나 결혼을 하고도 출산을 꺼리는 이유가 거의 대부분 경제적 문제일 것이다. 소위 `수저론` 으로 희화화되는 세태에서 미래를 짊어 질 젊은 세대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우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거시경제적인 지표로만 본다면 현재 우리나라는 단군 이래로 최고로 잘 살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1위인 1조 5279억 달러였다. 국민의 평균적인 생활수준을 나타내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지난해 2만 9700달러(약 3165만 원)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벌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물가가 비싸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GDP기준 세계 3-5위인 일본, 독일, 영국을 모두 제치고 고급차가 우리나라에서 더 많이 팔렸다. 시중 유동자금도 600조 원이 넘는다고 한다.

요즈음 가상화폐 열풍에 미성년자들까지 나서고 있다고 한다. 마치 게임머니와 같은 가상화폐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을 보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어려운 상황에서 복권에 당첨되기를 바라거나 혹은 뜻하지 않은 행운이 찾아 들기를 고대하는 심정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사적 영역에서만 가치가 인정되는 가상화폐에 너무 빠져서는 곤란하다. 어떤 경우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욕심은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명심하고 처신해야 한다.

안치득 ETRI 방송·미디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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