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최근 지구촌에 새롭게 떠오르는 새로운 키워드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다. 창작의 산물인 예술의 장르에도 인공지능은 이미 도래했다. 작년 말 대전시립교향악단이 연주한 미국의 인공지능 작곡 시스템 `에밀리 하웰`이 작곡한 작품은 `꽤 들을만한 작품`이었다. 도대체 어떤 원리로 인공지능의 작품을 인간이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인공지능(AI) 에밀리 하웰은 바로크에서 현대음악까지 데이터베이스를 모으고 수집한 뒤 수치화해서 데이터를 알맞게 조합하는 방식으로 작곡을 하며 음원시장에서의 소비패턴도 데이터화한다. 즉 사람들의 선호도와 구매도, 그리고 사람들이 작곡한 음악들과 선호도를 데이터화 시키는 이른바 음악의 `빅 데이터` 에 의해 작곡을 하는 시스템이니 어렵지 않게 `꽤 들을만한 작품`을 써낸다. 시중에 출시된 편곡 프로그램들도 음악에 대해 전문적이지 않은 사람도 음악의 장르만 지정하면 그에 맞춰 편곡을 스스로 수행하니, AI포비아가 그저 기우만은 아닌듯하다. 그러나 인간의 역사에서는 음악을 포함한 인간의 문화들은 익숙하고 많이 소비되는 것들의 반복과 조합 대신, 늘 새롭고 파괴적인 형식에 의해 발전해왔다. 당대에 `잘나가고 잘 팔리는 형식`을 갖춘 문화는 고작 한 세기를 넘기기도 벅찼고, 새로운 생각에 의해서 늘 바뀌어 왔다. 하나의 단선율이 주를 이루던 중세시대에 갑자기 등장한 3화음은 오히려 창조주의 기존질서를 파괴하는 사탄의 간계로까지 받아들여지던 적도 있었고, `고대 그리스연극은 대사를 모두 노래로만 했다더라` 하며 세웠던 가설은 악극 오페라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 기존 화음에 어긋나는 불협화음을 첨가하며 이를 수용하는 쪽으로 현대음악은 발달해 왔고, 현대 영화음악의 거장인 한스 짐머의 악당 조커의 테마 부분은 바이올린 줄을 커터칼로 긁는 음향이었다. 악당 조커처럼 기존의 악기론적 질서를 파괴하는 돋보이는 작곡가의 직관이었던 것이다. 인간이 알파고에게 유일한 승리를 거둔 이세돌의 한 수인 `백 78`은 0.007%의 확률을 뚫은 묘수로 빅데이터를 검색한 조합이 아닌 인간의 직관에서 나온 것이다. 문화의 소비와 운용에 AI가 적임이라면 창작은 여전히 인간의 몫일 것이다. 서필 성악가(테너)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