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자원이 없는 국가는 에너지자립이 더욱 중요하다. 에너지 자립이 어려운 국가는 자원보유국의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음을 유럽의 러시아가스라인 등 여려 사례에서 보아왔다. 더욱이 한국과 비슷한 환경의 자원 빈곤국가인 프랑스나 일본의 에너지정책을 보면 에너지자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준다. 이는 산업사회에 에너지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더욱 그러한 현상이 나타났는데 1973년의 제1차 석유파동은 세계 산업의 침체는 물론, 에너지의 주종인 석유를 적게 사용할 수 있는 `탈석유` 정책을 가져오기도 했다. 당시 원자력발전도 하나의 대안으로 프랑스, 일본, 한국이 앞장서 원전을 도입하게 됐다.

프랑스는 원자로 노형이 미국과 달라 안전성과 효율성이 높은 미국의 경수로 기술로 변경하게 되었지만 원천기술을 가진 미국의 압력을 한동안 안고 지내야 했다. 결국 어려운 협상 끝에 상당한 기술료를 지급하고 프랑스는 미국의 기술에서 독립, 원전기술을 자립할 수 있었고 현재 전력의 75% 이상을 원전에서 공급하고 있다. 비슷한 전철이지만 일본도 우리보다 한발 빠르게 원자력기술자립을 이룩한 국가이다. 물론 미국 기술에 근간을 두고 있다. 영국은 1960년대 초, 원전을 건설한 국가로 가스냉각 원자로 기술을 보유했지만 프랑스와 비슷한 관점에서 미국의 기술로 선회하고 있다. 최근 영국은 한국의 표준원전 APR1400을 도입하기로 하고 한국을 우선 협상자로 선정되었으니 원자력기술 역사에서 경이로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이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지만 원자력기술은 서로가 먼 곳에 있었다. 결국 우리의 원전기술은 미국의 기술로 시작되었고 처음에는 시공기술의 자립에서, 다음은 기기 국산화에 길을 걷게 되었지만 모든 플랜트기술이 그러하듯이 설계기술이 없는 한 기술자립은 요원하게만 보였다. 마침 1980년대 중반 정부는 원전기술자립에 강한 의지를 보여 원전 표준화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곧이어 설계기술을 자립하는 해외 계약을 원전 건설프로젝트와 병행해 추진하게 됐다. 현재의 한빛원전3·4호기의 건설과 함께 기술전수계약을 동시에 추진하는 정부정책이 확정돼 당시 기술보유국인 미국, 프랑스 및 캐나다 기술이 응찰했는데 최종 낙찰자는 미국의 컴바스쳔 엔지니어링(CE)을 선정됐다. 이 원자로의 기술이 단추가 되어 한국 고유의 브랜드인 OPR1000(1백만㎾급), 그리고 안전성과 효율이 더욱 향상된 APR1400(140만㎾급)이 한국 고유기술의 표준원전 브랜드로 탄생하게 됐다. 최근 뉴스에 의하면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세계에서 가장 경제적이고 우수한 기술과 함께 전력 손실률이 적은 원자력기술이 한국기술임을 통계로 보여주었다.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한국은 원전기술자립으로 전력의 30% 이상을 공급하는 에너지자립을 이룩했고, 안전성을 끊임없이 보강하고 효율을 높이는 일에 게을리 하지 않아 이제는 국내외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원전기술 선진국이 되었다. 물론 값싸고 품질 좋은 전력을 공급해 최우수 상품을 수출, 세계 7위권의 수출대국을 만드는데 일조해 왔다. 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정부안을 보면, 에너지자립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일부 정책입안자의 판단 잘못과 편파성으로 필요한 전력공급을 종전에 계획했던 신규원전 6기를 아예 취소하고 태양광발전이나 풍력, 그리고 LNG가스 발전으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백년대계를 바라본 국가 에너지자립 측면과 경제성이 고려돼야 함은 당연한데 말이다. 수급관점에서 마치 들의 꿩이 맛있어 보인다고 우리 밥상의 주요한 입맛인 닭요리를 버려야 되겠는가? 본 계획은 충분한 여론수렴과 국회 등 공론화를 거쳐 결정해야 할 사안임을 강조한다. 이익환 전 한전원자력연료(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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