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관 박사
고의관 박사
과학의 뛰어난 업적은 정밀한 연구에서 시작되며 더욱 미세한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면서 우수한 성과가 발견된다. 이러한 관찰을 가능하게 하는 대표적인 장비가 전자현미경이다. 인간에게 질병을 야기하는 요인의 하나인 바이러스는 세균의 100분의 1 정도의 크기라 20세기 초까지는 그 존재를 알 수 없었다. 그 형태를 최초로 확인하게 된 것은 1933년 전자현미경 개발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현미경의 발전과 함께 바이러스의 세계를 더욱 이해하게 되면서 바이러스 학문의 태동도 가능하게 됐다.

최근에는 올 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자크 뒤보세 로잔대 교수, 요아힘 프랑크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리처드 헨더슨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3인이 선정됐다. 수상업적은 `생체분자의 고해상도 구조 결정을 확인하는 극저온전자현미경 기법`에 관한 것이었다. 이는 단백질 등 생체분자의 구조를 최대한 자연 상태에 가깝도록 액체질소 온도(-196도)로 급속 동결해 투과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후 원자수준의 3차원 구조를 분석하는 기술이로 생화학 분야의 새로운 지평을 열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처럼 과학기술의 우수한 학문과 성과는 연구장비의 발전과 함께 해왔다. 그러나 현재의 급변하는 과학기술 환경에서 경쟁은 심화되고 연구자들은 더욱 우수한 연구결과를 얻으려다 보니 자신의 연구실에서 보유하고 있는 장비에만 집중하고 함께 공동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대부분의 연구장비를 외산에 의존하는 국내 현실을 보면 연구장비를 개인적으로 소유하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커다란 낭비이다. 이는 연구자들의 장비 사용을 저해하고 관련연구의 저변을 확대하지 못해 과학 발전에 역행하는 문제를 초래한다.

장비를 공동활용하고 공동연구를 촉진하기 위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스마트 오픈랩`을 대덕본원에 새로이 구축해 내년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범용성 장비 위주로 구축된 `스마트 오픈랩`은 연구장비를 소유에서 공유로 전환해 연구자들끼리 함께 연구를 논의하기 위해 만든 시설이다.

지금까지는 장비별로 외부 이용자의 다양한 수요를 맞추기 어렵고 연구자들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구현되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들여 장비 사용을 원하지만 현 시스템에서는 제한된 시간에 원하는 결과를 얻기에는 제약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구축되는 `스마트 오픈랩`은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기존의 개방형 실험실과는 달리 24시간 365일 완전 개방해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이용하는 이용자 중심의 실험실로 국내 최초로 운영될 계획이다. 이곳에서는 이용자 편의시설 및 안전시설을 갖추었고 원내 통합정보시스템을 통해 외부이용자의 분석에 대한 신속하고 편리한 대응과 운영이 가능하다. 특히 장비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이용자 교육이 정기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며 최적의 장비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장비의 유지·보수가 가능하도록 전문 인력을 배치할 계획이다.

이렇듯 새로운 개념의 개방형 연구실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다. 이용자들의 다양한 사용방법에 따른 장비의 유지·보수가 발생될 수도 보안이나 안전의 어려움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문제점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어려움을 잘 극복한다면 국가연구시설·장비의 활용성을 높이고 이용자의 편리성과 효율성 향상 측면에서 역할을 다하리라 기대하고 있다. 국가 연구장비 대표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연구장비의 공동활용과 분석기술의 연구교류가 가능한 `개방형 기초연구 플랫폼`의 허브 역할이 되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다. 이를 통해 국내 연구자들이 연구장비를 소유에서 공유하는 연구문화가 확산되고 연구장비 공동 활용을 통해 과학기술 분야 다양한 아이디어가 교류되어 우수한 연구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고의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국산장비신뢰성평가센터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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