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을 살고 있는 많은 이들이 이맘쯤이면 돌아온 시간들을 아쉬움으로 바라보게 된다. `난 어떻게 살아왔지?`라는 반성과 새로운 다짐을 위해 잠시 멈춤도 하면서 말이다. 하나님은 사람들 모두에게 하루 24시간을 똑같이 나누어 주셨다. 그 안에 잠자는 시간, 먹는 시간, 공부하는 시간, 즐거운 시간, 아픈 시간 등 이 모든 것들이 다양하게 담겨져 있지만 주어진 시간을 온전히 잘 보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다만 자기중심적으로 지구를 돌리며 나름 행복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들 속에서 돈도 벌고 일도 하면서 때론 아쉬워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어느새 우린 빠르게 변화되는 사회 속에서 숨 돌릴 틈도 없이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사람보다는 기계화된 세상 속에서 살고 있고, 마음을 나누는 것도 이젠 사람과의 나눔보다 인공지능이나 알파고 등과 같은 컴퓨터나 로봇을 통해 자신의 삶속에 새롭게 들여놓은 것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이전과는 참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나날이 좋아지는 세상처럼 보이는 것 같은데,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 주진 않는 것 같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계획을 할 때 사람들은 새 다이어리나 달력에 일정들을 꼼꼼히 기입해 놓고 마음 다짐을 한다. 가족들 생일을 적어놓고, 중요한 날짜에 동그라미를 쳐 놓으며 한장 한장 일정들을 놓칠까 미리보기를 통해 계획을 하며 산다. 스마트폰 일정표에 빼곡히 기입하는 사람들이 많고, 일정에 알람을 울리게 해 시간관리를 하며 살고 있다. 능력 있고 일 잘하는 사람은 플랜을 잘 관리하며 사는 게 표준이고 성공하는 사람처럼 여겨지면서 말이다. 정작 나의 시간과 나의 행복을 위해 무언가 일정을 기록하거나 계획표를 짜며 여러 번 수정을 하는 사람들은 반면에 많지 않다. 늘 우리에겐 시간이 없고 없는 시간속에 무엇이든 즉흥 계획과 실천하는 것도 능력이라 칭하면서 말하고 있다. 지구력보다는 창의력을 중요시하며 우린 늘 쫓기듯 `행복한 삶`을 위한다는 전제하에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삶 속에 `잠시 멈춤` 그 안에서의 `나의 행복`을 위해 지금쯤 잠시 되돌아보자.

독일에서의 교육방식은 천천히 그리고 결과가 아닌 과정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글쓰기를 위해 1년, 수 세기를 위해 1년, 구구단 곱하기를 하기 위해 1년 교육과정을 진행한다. 우리처럼 결과에 치중하고 입으로 하는 구구단을 잘하면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라고 말하진 않는다. 정작 필요한 것은 시간이 많이 필요해도 스스로 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그 안에 가족이 함께 하면서 잘 해나감도 행복도 나누는 사회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젠 아이들도 어른들도 우리 모두 행복하게 살기 위한 플랜을 계획할 때이다.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여러 학원을 선별하는 계획을 하기보다는 엄마로서 아이와 함께 얼마나 놀아주고 함께 할 것인가의 시간을 계획해야 한다. 아빠는 일의 성공을 위해 쪼개는 시간을 계획하기보다는 가족들과 자녀들과 얼마나 함께 웃고 부비고 하는 시간을 마련할 건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가장 필요한 시간은 지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기계는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빠르게 변화하지만 우리 사람은 아무리 빨리 자식을 잘 키우고자 노력해도 시간이 필요하고 정성이 필요하다. 구석기 시대부터 지금 현대사회에 이르기까지 변하지 않은 것은, 사람은 사랑으로 살고 관심어린 돌봄이 필요하고 가족 간에는 애정을 나누며 사는 것이 건강한 가정을 보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행복한 삶을 위해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이젠 가족도 사회도 다시 정비가 필요할 때이다. 인간은 여전히 가족 안에서 함께 할 때 행복감을 느끼고, 사회는 사람이 모여 사는 세상이기 때문에 옆을 돌아보고, 안타까움은 서로 나누고, 힘겨운 것은 사랑과 응원으로 함께 하며 살 때 건강한 사회가 이루어진다. 연말연시를 맞으며 나의 행복, 가족의 행복, 사회의 안녕을 위해 이젠 천천히 나누어 갖는 행복을 만들어가는 우리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장혜자 대덕대 영유아보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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