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FDA가 인정한 청정해역 통영, 통영은 깨끗한 바다 덕분에 대한민국 최고의 수산물 산지라 할 수 있다. 이 통영에서 지금 가장 뜨거운 수산물은 바로 `바다의 우유`라 불리는 `굴`이다.

보통 굴은 `석화(石花)`라는 이름으로 통용된다. 한자 그대로 돌에 핀 꽃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굴이 석화라는 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굴의 양식방법이 둘로 나눠지기 때문이다. 서해안에서는 갯벌 바위에 굴을 붙여 양식하는데, 이는 말 그대로 석화가 맞다. 하지만 남해안에서는 굴에 줄을 매달아 길게 늘어뜨려 바다 속에서 키우는 방식을 쓴다. 때문에 이를 두고 석화라 이름 짓기엔 약간의 무리가 있다. 석화, 즉 바위에 붙여 밀물썰물을 맞게 해 햇빛을 보게 하는 방식을 택한 굴은 향이 짙고 크기가 작고 탄력이 좋다. 바다 속에 늘어뜨려 키운 굴은 물속에서 계속 먹이를 먹기 때문에 석화보다는 크기가 크다. 우리나라 생산량의 80%는 후자의 방식을 따른 남해안의 굴이다.

굴은 로마시대 때부터 서양 귀족들의 진미였다. 로마의 총독 카이사르가 굴을 얻기 위해 갈리아(현 프랑스)를 정복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귀족들은 굴을 사랑했다. 바다 향을 담은 독특한 맛과 식감 덕분, 하지만 이 맛 이외에도 귀족들이 굴에 심취한 이유가 몇 가지 있으니 첫째는 정력, 둘째는 미용효과이다. 희대의 바람둥이 카사노바는 매일 아침 굴을 50개씩 까먹었다고 한다. 굴을 먹으면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촉진시키는데 그 촉진제는 아연, 굴은 지구상에서 아연이 가장 많이 함유돼 있는 식품이다. 그리고 타우린 함량이 높아 체력증진, 피로회복에 큰 힘을 주는데 이러한 이유들 때문인지 나폴레옹, 비스마르크 등 유명한 지도자들 또한 굴을 끊임없이 먹었다.

`배타는 어부의 딸은 까맣고, 굴 따는 어부의 딸은 하얗다`라는 속담이 있다. 굴은 멜라닌 색소를 분해해준다. 때문에 얼굴을 하얗게 하고 기미, 주근깨 예방에 도움이 된다. 클레오파트라도 피부미용을 위해 굴을 사랑했었다고.

굴은 서양에서 지금도 매우 귀하고 비싼 음식이다. 서양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굴을 쌓아 놓고 먹는 것에 경악한다고 한다. 서양에선 매우 비싸기 때문에 고급 술에 안주로 한 두 개씩 집어 먹는 것이 보통. 일본은 그보다 더 싸고, 우리나라는 일본보다도 더 싸게 양질의 굴을 구할 수 있다. 굴이 자라기에 최고의 환경을 지닌 덕분이다. 조리법을 본다면, 서양에서는 워낙 비싼 음식이기 때문에 생으로 먹지만, 우린 훨씬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생굴 외에도 굴전, 굴국밥 등 다양하게 즐긴다. 일본 중국도 짬뽕, 튀김, 도테나베, 오코노미야키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굴을 요리한다.

5월에서 8월 사이 굴은 산란기를 맞아 몸에 독성을 지닌다. 일정 수온 이상에선 마비성 패독을 지녀 아린 맛이 나고, 과량섭취하면 호흡곤란에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고 한다. 굴의 제철은 바로 겨울, 지금이다. 12월, 차가운 바다에 피어난 굴은 맛과 영양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겨울에 가장 예쁜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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