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을 넘어 감성까지 수용돼야 함에 핵심역량을 키우는 요소로 `심미적 감성 능력 역량`이 현재 교육과정 속에 담겨 있기도 하다.
결석을 자주 하는 00이, 남의 것에 탐을 내기 좋아하는 00이, 핑계대기를 자주하는 00이의 사실만 보고는 우리가 좋은 학생, 나쁜 학생으로밖에 구분할 수 밖에 없다.
녀석의 생각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만음(萬音)을 헤아릴 수 있을 때 즉 감정을 건드릴 수 있을 때 바른 지도 방법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처방에서 많은 사례가 나오고 매뉴얼이 나올 때 감정의 표현들이 학습활동에 녹아 들어가 감성적 능력이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빛과 어둠만 가르치고 알게 되는 지식에서 그 경계에 황혼이 있음을 발견하게 하는 학습, 그 황혼에서만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표출해 내는 시, 그림, 음악, 동화, 연극 등이 바로 우리가 교실에서 활기를 띄어야 할 영역이다. 그래야 순위가 없어지고 틀림이 아닌 다름이 인정되는 배움의 희열이 생기고 자기 성장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이런 활동이 바로 심미적 감성능력을 키우는 일 일거라고 생각된다.
새로 산 원피스를 입고 교실에 들어가도, 화사한 스카프를 처음 보여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학생들이 있는 교실은 지식만 가득 있고 사랑이 없는 삭막한 공간이다. "와! 우리 선생님! 참 예쁘세요. 무척 잘 어울리세요"라고 말하는 녀석들로 변해야 가슴이 따듯한 사랑이 움직이는 감성능력이 자리 잡는 자리가 될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이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70년이 걸렸다는 겸손한 말씀을 하셨듯이 우리가 사랑을 실천하는 일, 잘 말해야 하는 것, 내 주변을 온기 있게 만드는 데 그리 쉽지 않음을 경고한 뜻 일 것이다. 그런 학생들로 변화시키려면 우선 선생님부터 칭찬하는 데에 익숙해져야 한다. 작은 것을 크게 칭찬하고 적은 것에도 많이 감동하는 버릇이 배어 있어야 한다.
교직에 들어선지 10년 쯤 지났을 때, 뽀얀 얼굴에 별빛처럼 초롱 거라는 눈동자를 가진 양 갈래 머리를 했던 3학년 송00 학생이 생각난다. `선생님`을 주제로 글쓰기를 했는데 그 친구는 ` 우리 선생님은 우리 엄마보다 더 좋다. 나만 보면 만날 칭찬을 해 주시기 때문이다. 작은 것을 아주 기분 좋게 칭찬해 주실 때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다.` 이렇게 발표를 하는데 필자의 가슴이 어찌 설레던지 성인인 나도 마음이 구름 위를 덩실덩실 날아가는 것만 같았다. 그 이후 어머님께서 상담하러 오신 날, 이제까지 일기를 그렇게 쓰기 싫어했는데 매일 일기를 쓰고, 까탈스러워서 딸이라도 조심스러웠는데 아주 밝고 친절해졌다며 고마워하셨다. 이 일은 필자의 교사 시절 학생을 가르치는 기본 비법으로 간직하게 됐다.
칭찬에 인색하지 않는 것, 구체적으로 그 자리에서, 훈계를 하기 전에 칭찬부터, 이렇게 실행하다 보니 동료들에게도 "교장 선생님, 어쩜 그리 말씀을 기분 좋게 해 주세요"라고 하실 때 필자가 오히려 기분 좋아지는 특권을 누리게 되는 동반 작용이 생긴다. `인생은 즐거운 말을 먹고 자란다` 라는 김환영 님의 저서 제목이 아니더라도 마음의 알맹이를 보여주는 것이 `말`이라고 한다.
그 말은 감성능력이 다져졌을 때 기쁜 상황이던 언짢은 형편이던 간에 그 때에 따라 나오게 되는 것이다. 감동하는 것도 큰 능력이다. 호들갑을 떠는 거라고 침소봉대하는 거라고 폄하하기에는 너무나도 귀중한 초석이다.
상황에 맞게 내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곧 감성능력을 키우는 일이고 그 감성능력이 예쁘게 자리 잡을 때 감동의 순간들이 만들어진다. 감동의 순간들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선생님보다 위대한 선생님으로` 존재하게 됨을 감히 말할 수 있다.
찬 기온이 허벅지를 서늘하게 할 텐데도 저리 크게 ` 화이팅`을 외치며 녹색 잔디 위를 달리는 우리 학교 축구부 꿈동이들이 "야야, 우리 교장선생님 되게 착해. 우리들한테 매일 칭찬해주셔"라는 말을 전해들은 필자는 녀석들보다 네 배가 훨씬 넘은 나이에도 이렇게 신이 나는 것은 작은 것에 그리고 적은 것에 감동하는 마음 때문이다.
백승수 대전중앙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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