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수 대전중앙초 교장
백승수 대전중앙초 교장
핑크 빛 리본과 환호하는 선생님들의 고운 미소가 담긴 곱디고운 꽃다발을 안아들며 콧등이 시큰해진다. 방송실에서 기다리는 우리 은방을 꿈동이들의 손에 담긴 해맑은 꽃송이를 받아들며 또 눈시울이 적셔진다. 늘 이 순간은 이렇게 수많은 시간이 만들어낸 교사의 자부심이고 열성이며 인내이고 보람이라고 여겨지며 그저 감사하기만 하다. 우리 귀에 자주 들리는 학력(學歷) 만능이 이제 學力으로 전환돼 인성과 조화를 이뤄야한다는 견해에 여러 가지 정책과 대안이 나오고 있다.

지성을 넘어 감성까지 수용돼야 함에 핵심역량을 키우는 요소로 `심미적 감성 능력 역량`이 현재 교육과정 속에 담겨 있기도 하다.

결석을 자주 하는 00이, 남의 것에 탐을 내기 좋아하는 00이, 핑계대기를 자주하는 00이의 사실만 보고는 우리가 좋은 학생, 나쁜 학생으로밖에 구분할 수 밖에 없다.

녀석의 생각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만음(萬音)을 헤아릴 수 있을 때 즉 감정을 건드릴 수 있을 때 바른 지도 방법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처방에서 많은 사례가 나오고 매뉴얼이 나올 때 감정의 표현들이 학습활동에 녹아 들어가 감성적 능력이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빛과 어둠만 가르치고 알게 되는 지식에서 그 경계에 황혼이 있음을 발견하게 하는 학습, 그 황혼에서만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표출해 내는 시, 그림, 음악, 동화, 연극 등이 바로 우리가 교실에서 활기를 띄어야 할 영역이다. 그래야 순위가 없어지고 틀림이 아닌 다름이 인정되는 배움의 희열이 생기고 자기 성장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이런 활동이 바로 심미적 감성능력을 키우는 일 일거라고 생각된다.

새로 산 원피스를 입고 교실에 들어가도, 화사한 스카프를 처음 보여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학생들이 있는 교실은 지식만 가득 있고 사랑이 없는 삭막한 공간이다. "와! 우리 선생님! 참 예쁘세요. 무척 잘 어울리세요"라고 말하는 녀석들로 변해야 가슴이 따듯한 사랑이 움직이는 감성능력이 자리 잡는 자리가 될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이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70년이 걸렸다는 겸손한 말씀을 하셨듯이 우리가 사랑을 실천하는 일, 잘 말해야 하는 것, 내 주변을 온기 있게 만드는 데 그리 쉽지 않음을 경고한 뜻 일 것이다. 그런 학생들로 변화시키려면 우선 선생님부터 칭찬하는 데에 익숙해져야 한다. 작은 것을 크게 칭찬하고 적은 것에도 많이 감동하는 버릇이 배어 있어야 한다.

교직에 들어선지 10년 쯤 지났을 때, 뽀얀 얼굴에 별빛처럼 초롱 거라는 눈동자를 가진 양 갈래 머리를 했던 3학년 송00 학생이 생각난다. `선생님`을 주제로 글쓰기를 했는데 그 친구는 ` 우리 선생님은 우리 엄마보다 더 좋다. 나만 보면 만날 칭찬을 해 주시기 때문이다. 작은 것을 아주 기분 좋게 칭찬해 주실 때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다.` 이렇게 발표를 하는데 필자의 가슴이 어찌 설레던지 성인인 나도 마음이 구름 위를 덩실덩실 날아가는 것만 같았다. 그 이후 어머님께서 상담하러 오신 날, 이제까지 일기를 그렇게 쓰기 싫어했는데 매일 일기를 쓰고, 까탈스러워서 딸이라도 조심스러웠는데 아주 밝고 친절해졌다며 고마워하셨다. 이 일은 필자의 교사 시절 학생을 가르치는 기본 비법으로 간직하게 됐다.

칭찬에 인색하지 않는 것, 구체적으로 그 자리에서, 훈계를 하기 전에 칭찬부터, 이렇게 실행하다 보니 동료들에게도 "교장 선생님, 어쩜 그리 말씀을 기분 좋게 해 주세요"라고 하실 때 필자가 오히려 기분 좋아지는 특권을 누리게 되는 동반 작용이 생긴다. `인생은 즐거운 말을 먹고 자란다` 라는 김환영 님의 저서 제목이 아니더라도 마음의 알맹이를 보여주는 것이 `말`이라고 한다.

그 말은 감성능력이 다져졌을 때 기쁜 상황이던 언짢은 형편이던 간에 그 때에 따라 나오게 되는 것이다. 감동하는 것도 큰 능력이다. 호들갑을 떠는 거라고 침소봉대하는 거라고 폄하하기에는 너무나도 귀중한 초석이다.

상황에 맞게 내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곧 감성능력을 키우는 일이고 그 감성능력이 예쁘게 자리 잡을 때 감동의 순간들이 만들어진다. 감동의 순간들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선생님보다 위대한 선생님으로` 존재하게 됨을 감히 말할 수 있다.

찬 기온이 허벅지를 서늘하게 할 텐데도 저리 크게 ` 화이팅`을 외치며 녹색 잔디 위를 달리는 우리 학교 축구부 꿈동이들이 "야야, 우리 교장선생님 되게 착해. 우리들한테 매일 칭찬해주셔"라는 말을 전해들은 필자는 녀석들보다 네 배가 훨씬 넘은 나이에도 이렇게 신이 나는 것은 작은 것에 그리고 적은 것에 감동하는 마음 때문이다.

백승수 대전중앙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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