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융합연구가 인터넷 연결성에 기반을 두고 사람-사람 간의 관계로 이루어졌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융합연구는 사람-사람, 사람-사물, 사물-사물 간의 초연결성을 기반으로 사람과 인공지능의 협업이 될 것이다. 이미 의료진단 분야에서는 인공지능 IBM 왓슨과 의사들과의 협업에 의한 암진단 성공률이 의사들로만 이루어진 협업집단 보다 매우 높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앞으로 IBM 왓슨과 같이 인공지능을 탑재한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양성될 것이다. 사람의 기보로 학습해 양성된 `알파고 리` 및 `알파고 마스터` 그리고 사람의 기보의 도움 없이 성장한 `알파고 제로`로 이어지는 바둑 분야의 `인공지능 전문가`가 양성된 사례는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탑재한 전문가가 양성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렇게 양성된 `인공지능 전문가`는 `사람 전문가`들이 미쳐 생각 하지 못했던 또는 오래된 난제로 남아 있던 과학기술 문제를 각 분야의 `사람 전문가`들과 `인공지능 전문가`들의 융합적 협업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사람의 모습으로 가시화하고 인격화 했을 때 친근감을 느끼게 되고 협업의 시너지도 생기게 된다. 현실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난 사람과 사람 간의 연결성은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를 통해 가시화될 수 있다. 즉 가상공간에 만들어진 가상 사무실에 자신의 아바타로 출근하고 가상 회의실에 모여 다른 연구자들의 아바타를 통해 실시간으로 마치 현실에서 대면하고 소통을 하는 것처럼 융합연구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글로벌 기업인 IBM은 린드랩에서 개발한 세컨드라이프(second life)라고 하는 인터넷 가상세계에 가상 건물을 짓고 가상 회의실을 만들어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직원들이 그들의 아바타로 한자리에 모여 세미나 발표 및 토론 등을 통해 현실 공간의 구애 없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물리적 현실에서는 `인공지능 전문가`의 형체는 사용 목적에 따라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 수 있지만 사람의 모습을 흉내 낸 로봇도 아직은 투박한 외모 때문에 인간적 친근감보다는 기계장치로 인식된다. 반면에 가상현실 속에서 활동하는 아바타는 사람에 의한 아바타인지 인공지능에 의한 아바타인지 그래픽 외형뿐만 아니라 인격적 정체성조차도 구별할 수 없다. 2017년 1월 유럽연합 의회는 인공지능 로봇의 법적 지위를 전자인간(Electric Personhood)으로 지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따라서 4차 산업 혁명시대의 융합연구 관점에서 보면 인공지능은 더 이상 인간의 연구개발을 보조하기 위한 기계장치 도구가 아니라 같이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동료로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인공지능 전문가`와의 협업 효과는 핵융합 연구처럼 많은 난제를 지닌 분야에서 두드러질 것으로 기대한다. 핵융합에너지는 개발 성공 후 파급효과가 무한히 큰 만큼 개발 과정에서는 많은 난제를 품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이러한 난제를 풀기 위해 `사람 전문가`들은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급기야 핵융합 7대 강대국들은 ITER라고 하는 국제핵융합실험로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국제적 거대 융합연구를 추진 중에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사람 간의 융합연구에 의존되고 있어 난제 해결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가까운 미래에 `사람 전문가`들과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진정한 융합연구팀으로 활동함으로써 걷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유석재 국가핵융합연구소 선임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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