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균 개인전

A Buddha With A Hat, 2008, sequins _ silkscreen on paper, 76x56cm
A Buddha With A Hat, 2008, sequins _ silkscreen on paper, 76x56cm
1990년대 초부터 삶과 죽음을 모티브로 하는 시퀸 작업을 선보이며 자신만의 시그니처를 만들어 온 서양화가 노상균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충북 청주 우민아트센터는 올해 기획초대전으로 노 작가의 `In the Midst of Shiny Dust` 전을 12월 30일까지 운영한다. 노 작가는 물질과 정신의 이면적 세계의 조화를 추구하며 동양적 사유와 명상의 세계를 펼쳐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32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1988년 흰 화면에 검은 그루터기를 층층이 쌓아 구름·무지개·거미줄·벽 등을 그린 `장(場) Field` 연작으로 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던 노 작가는 자신에게 새로운 미술의 장을 여는 계기가 절실함을 깨닫고 1990년 뉴욕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그는 물고기를 그리기 시작하다가 곧 물고기 비늘을 닮은 시퀸(sequin)을 캔버스에 붙이는 방식을 찾는다. 1992년 연작에서 시작된 반짝이는 시퀸 작업은 작고 동그란 금속편을 캔버스에 붙여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는 착시효과를 활용한다. 작가의 수공예적 노동으로 시퀸의 본래 장식적, 대중적, 키치적 특성들은 잦아들고 대신 끝없는 소우주의 세계가 드러난다. 관객의 시선에 맞춰진 중심에서 끝없이 확장하는 동심원의 형태는 보는 이로 하여금 홀리듯이 또 다른 시공으로 빠져들게 한다.

이후 그는 조금 남아 있던 이러한 회화적 제스처조차 모두 버리고 캔버스에 시퀸만으로 이미지를 표현하기 시작한다. 기존에 사용하던 회화 안료만큼이나 다양한 색상에 광택의 유무까지도 선택할 수 있는 시퀸은 그에게 새로운 미술의 장을 활짝 열어주었다.

1994년 서울로 돌아온 노 작가가 펼쳐내는 시퀸의 세계는 `끝`, `눈물`, `시퀀스`, `방향` 연작 등 다양한 주제의 평면 작품에 머무르지 않고 입체·설치로 나간다.

시퀸은 노 작가에게 물고기의 비늘을 연상시킨다. 그런데 물고기는 그에게 일종의 트라우마였다. 그는 어릴 적 물에 빠져 허우적대면서 "한낱 물고기처럼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러나 물고기는 불교에서 원천적 자유와 수행을 상징한다. 살아 있는 동물 사육을 금기로 여기는 사찰에서 물고기만은 예외로 취급해 연못에 놓아 기른다. 물고기가 연못 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며 노는 모습이 번뇌와 고통이 끊어진 열반의 상태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노 작가는 한 가지 주제를 공들여 정하면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작가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오랜 시간 연작으로 이어지곤 한다. 시퀸 작업 초기에는 물고기의 본질을 탐구하거나 인간의 성적 욕망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

최근 그는 시퀸이 느슨하게 풀리거나 군데군데 끊어진 모습의 불상과 참으로 오랜만에 물감과 붓을 쓴 지문 작품을 선보였다. 무한대로 느껴지는 반복적 시퀸의 바다에서 걸어 나와 울퉁불퉁하게 풀어지고 여기저기 여백이 많은 시퀸의 산맥을 힘겹게 넘는 모습을 엿보이게 한다.

몸을 혹사시키는 지독한 반복이라는 수행 방식에서 벗어나 보이지만 그럼에도 손에 지문처럼 박혀 차갑게 빛나는 시퀸은 아직까지 그의 작품에 존재한다.

충남 논산 출생인 노 작가는 서울대학교 회화과와 미국 프랫 대학원 회화과를 나왔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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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stellation 3-Sagittariusm, 2010, sequins on canvas, 218x218cm
Constellation 3-Sagittariusm, 2010, sequins on canvas, 218x218cm
Constellation 6-Virgo, 2010, sequins on canvas, 218x218cm
Constellation 6-Virgo, 2010, sequins on canvas, 218x218cm

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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